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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장관도 소신 없는데… 영혼 없다는 말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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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 “장관도 소신 없는데… 영혼 없다는 말 씁쓸”

입력
2016.08.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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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정책 뒤집기’ 반복 불만에도

외풍 막는 윗선 없어 자괴감 쌓여

“현장 얘기 전달할 통로 없는 느낌”

여론에 둔감해진 모습엔 자성론도

정부서울청사
정부서울청사

“저마다 논리와 근거를 갖고 만든 정책 아닙니까? 그런데도 위에서 툭 던진 정치적 발언으로 방향이 정반대로 바뀌면 정말 허탈하죠.”(경제부처 A과장)

정부 각 부처가 여론 반대를 무릅쓰고 고수하던 기존 정책들이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 선회로 줄줄이 뒤집히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정책 입안과 집행의 일선 책임자인 공무원들의 불만과 자성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내 놓고 감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공무원의 특성상, 극히 절제된 목소리지만 이들의 토로에는 깊은 자괴감이 묻어 난다.

공무원들이 가장 상실감을 느끼는 때는 특별한 환경 변화가 없음에도 정책이 뒤바뀌는 경우다. 15일 경제부처 간부 B씨는 “모든 정책엔 수혜자가 있기 마련인데 뚜렷한 명분도 없이 정책의 방향이 바뀌면 수혜대상도 달라지게 된다”며 “그럴 때 가장 씁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밖에선 매번 “영혼이 없다”며 매도 당하지만, 사실 인사권을 포함한 모든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된 구도에서 헌법이 규정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 C씨는 “공직사회는 청와대나 국회에서 무슨 얘기가 들어오면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며 “위에 잘못 보여 피해를 보느니, 고분고분 따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고백했다. 중앙부처의 D과장 역시 “사람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대통령에게 달려가 호소하고, 대통령 한 마디에 대꾸조차 제대로 못하는 게 현실 아닌가”라고 자조했다.

말로만 ‘책임 장관’일 뿐 부처 수장인 장관조차 ‘외풍’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일선 공무원의 불만도 높다. 중앙부처 국장급 E씨는 “장관들부터 대통령이 말하면 그냥 받아 적기만 할 뿐 자기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며 “특히 이번 정부 들어 현장의 얘기를 위에 전달할 통로가 사라졌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민심보다 청와대의 심기만 살폈던 그간 공직사회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무원 스스로 조직 논리에 매몰될 게 아니라 여론의 향배에 지금보다 더 유연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부처 국장급 간부 F씨는 “요즘은 여론에 너무 둔감해서 문제가 터져도 그 맥락조차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들이 여론에 지금보다 더 많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참급 공무원들은 부처들이 서울(과천)에서 세종시로 옮기면서 공직사회가 여론에서 괴리된 현상이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외풍에 맞설 전문성이 부족하단 반성도 나온다. C씨는 “일본이나 유럽 사례를 보면 관료집단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공무원도 전문성을 키워야 외부 압력이 들어왔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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