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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계량기+차등요금제, 전기료 폭탄 해법 될까

입력
2016.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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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식 검침기에 통신 기술 접목

앱 통해 사용량ㆍ요금 확인 가능

수요 적은 시간엔 싼 가격 공급

가계부 쓰듯 계획적 소비 유도

#2022년 8월 서울. 주부 이모(39)씨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전기 가계부’를 누른다. 이달 낼 전기요금이 지난달보다 줄어든 걸 확인하니 뿌듯하다. 요금이 비싼 오후 1~3시엔 주로 외출하고, 요금이 싼 밤 9시 이후 에어컨과 세탁기를 돌린 덕분이다.

전기요금 폭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에서 쓴 전력량과 전기요금 등을 소비자가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누진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전국 2,200여만 가구에 AMI가 설치되면 같은 전력량을 사용해도 전기요금은 시간대별로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교한 제도 설계와 보안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는 기계식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전기를 쓸 때마다 태엽이 감기듯 숫자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한 달에 한번씩 검침원이 총 사용량을 확인해 요금 고지서를 발송한다. 일부 전자식 계량기로 바뀐 지역도 있지만 전달 최대 전력 사용량을 알 수 있다는 점이 다를 뿐 사람이 검침하긴 매한가지다. 반면 스마트계량기는 전자식 계량기에 통신기술을 접목한다. 계량기에 기록된 사용량이 15분마다 한국전력의 중앙 서버에 전송되고, 소비자는 한전과 연동된 앱을 통해 자신이 쓴 전력량과 요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스마트계량기를 이용한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에너지신산업의 일환으로 밝힌 바 있다. 올 4분기 중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에 300곳을 지정해 시범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요금제로는 전기를 한낮에 쓰든 한밤중에 쓰든 같은 양을 쓰면 요금이 같다. 아끼려면 무조건 덜 써야 한다. 반면 시간대별 요금제는 수요가 많을 땐 비싸게, 적을 땐 싸게 받는다. 이에 따라 요금이 싼 밤 시간엔 에어컨을 많이 켜도 전기요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스마트계량기를 통해 자신의 전기 사용 패턴을 파악한 소비자는 가계부를 쓰듯 전기 사용을 꼼꼼히 ‘계획’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부 가정에 유사한 시스템이 도입됐고, 일본도 도입 초기 단계다. 인터넷이나 전화 등 가정의 다른 통신장비와 연동될 경우 더 다양한 요금제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부는 “기술 검토 단계라 아직 누진제의 대안으로 확신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나 업계도 이상적이긴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가정에서 체감하는 요금 절감이나 총 전력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전기 사용 패턴은 가정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가정용 전력소비 비중은 산업용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2022년까지 전국에 스마트계량기를 설치하는 데에 드는 비용 1조5,000여억원은 한전이 부담한다.

고령자나 장애인 등 시스템을 원활하게 활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적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비슷한 양의 전기를 썼는데 요금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경우 소비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앱을 통해 전력소비 데이터가 유출되면 개인의 생활패턴이나 소득수준 정보를 악용하는 사례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시간대별 전기요금 차등’이 현실화하려면 정확한 통계 분석에 따라 요금제가 아주 정교하게 설계돼야 하고, 파급력이 큰 데이터인 만큼 보안에도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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