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장한 남자 세 명이 집 앞에 있다가 대문을 여는 나를 보고 “이곳이 막다른 골목인가요?” 라고 물었다. 서울성곽을 찾아오는 탐방객들과는 어딘가 분위기가 달라 보이는 사람들. 셋은 하나같이 늘어진 티셔츠를 입었고, 바지도 무릎이 튀어나와 며칠은 외박하며 다닌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는 대답을 듣고 되돌아 나가려던 그들 중 맨 앞의 남자가 오래 쥐고 있어 꾸깃꾸깃해진 종이를 내게 내밀었다. 거기에는 한 남자의 몽타주가 있었다. “혹시 이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영화 속에서나 본 듯한 장면이었다. 그들이 찾고 있는 남자는 어디선가 본 듯했고, 아닌가 하면 약간 돌출된 미간과 짧은 콧날이 왠지 눈에 익어 보였다. 내 반응을 살피는 세 사람을 의식하며 자세히 보니 눈빛이 가장 눈에 익어 보였다. 꽤 많이 걸어 다니는 나는 세 남자가 범위를 좁혀 왔을 지역 안에서 그와 스쳤을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묻는 말에 대답한 뒤 그가 누구인지 물어 보았다. 몽타주의 남자는 절도범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 앞에 선 사람들은 형사라는 뜻인데, 하나같이 길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처럼 평범한 외모는 형사의 좋은 조건일 것이다. 아무튼 경찰이 몽타주를 들고 쫓고 있을 정도이니 범인이 가벼운 절도범은 아닌 듯했다. 평소엔 불쾌하게 여기던 무인카메라가 한 대도 없는 우리 골목이 왠지 범죄의 사각지대처럼 느껴졌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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