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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내시경] 세상에 머리 좋아지는 약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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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내시경] 세상에 머리 좋아지는 약 없다

입력
2016.08.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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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약장수’가 동네를 활보했다. “이 약을 먹으면 부부관계가 좋아지고, 건강할 수 있다”라는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약장수가 건네는 약을 구입했다. 구입한 뒤 다 먹지도 못하지만 다 먹는다 해도 효과는 없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머리 좋아지는 약과 주사가 판을 친다. 정말 약 먹고, 주사 맞아 머리가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런 약은 없다.

머리 좋아지는 약의 대명사인 ‘총명탕’도 사실 그런 약이 아니라 건망증 등 인지개선을 돕는 약이다. ‘보거나 들은 것을 오래 기억하는 힘’이라는 총명(聰明)의 사전적 의미만 알아도 총명탕을 맹신하지 않을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총명탕의 효능에 대해 ‘건망증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의사들은 “동의보감대로 처방하면 암기력과 기억력이 현격히 떨어지는 40대 중년여성과 고령인에게 필요한 약”이라면서 “수험생 체력보강과 집중력 향상에는 일정부문 도움줄 수 있지만 이름 때문에 효과가 과대 포장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의사들은 총명탕을 짧으면 15일 정도, 길게는 3개월 정도 복용을 권고한다. 하지만 총명탕은 치료약이 아니다. 한 한의대 교수는 “총명탕은 질환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약도 아니고 얼마 정도 먹어야 하는 기준도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 피부과 등에서는 혈액순환에 도움 되는 은행잎 추출물을 주 성분으로 한 ‘두뇌활성 주사’로 수험생들을 현혹하고 있다. 서울 강남 대치동 일대 개인병원에 엄마와 함께 주사 맞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주사도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 두뇌활성 주사의 경우 말초동맥순환장애, 이명, 두통 증상에 효과적이지만 일반인의 기억력, 집중력 향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일부 한의사, 의사가 효능을 과장한 약과 주사의 판매에 열 올리는 이유는 이들 약과 주사가 비급여이기 때문이다. 한 한의대 교수는 “총명탕에 들어가는 약제는 기본적으로 석창포 백복신 원지인데 이들 약제만 처방해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 다른 약제를 더해 처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피부과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의는 “솔직히 개원의가 수익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로 두뇌활성주사 등 비급여 수액주사”라며 “의원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머리 좋아지는 약과 주사는 없다. 의사와 한의사가 ‘현대판 약장수’가 된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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