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을 마치고 은퇴했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는 2014년 4월 현역 복귀를 선언했지만 그 해 9월 음주운전으로 입건돼 6개월의 선수 자격 정지 처분과 6주의 치료 명령을 받는 등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펠프스의 ‘흑역사’가 오히려 이번 리우 올림픽 5관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한국시간) 부상이나 사건사고 등으로 ‘강제 휴식’을 취한 뒤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의 사례를 조명하면서 훈련을 덜 했을 때 생긴 긍정적 효과들을 전했다.
WSJ은 “결과적으로 펠프스에게 ‘강제 안식 휴가’는 축복이었다”며 “펠프스 같은 노장 선수가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통 스포츠 선수들에게 긴 휴식은 컨디션 유지에 ‘독’이 된다는 게 정설이지만 경우에 따라 누적된 신체 피로를 풀고, 자신의 목표를 더 명확히 세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펠프스는 15세였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한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했다. 아무리 ‘수영 황제’라 한들 지칠 수 밖에 없는 일정이다. 때문에 런던올림픽 이후 은퇴 선언으로 쉬었던 기간과 음주운전 징계로 인한 강제 휴식이 아니었다면 이번 대회 기록들을 장담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수영 대표팀의 라이언 록티(32)는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 더 많은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었으며, 휴식은 그에게 분명히 도움이 됐다”면서 “긴 휴식으로 입지를 잃을까 두렵기도 하지만 펠프스처럼 휴식을 가진 뒤 2020년 도쿄 올림픽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 수영 대표 다나 볼머(29)는 지난해 아이를 낳고 리우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개를 포함해 3개의 메달을 따낸 그는 “멀리 보고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돌아가 둘째 아이를 가질 계획인 그는 출산 후 도쿄 올림픽을 준비할 예정이다.
펠프스 외에도 ‘강제 휴식’을 거친 뒤 ‘장수 스타’로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많다. 16세 때 프로 무대에 데뷔한 뒤 2006년 36세의 나이로 은퇴할 때까지 단식에서만 1,100회가 넘는 공식 경기를 치른 미국 테니스의 스타 안드레 애거시(46)는 20대 중반 부상과 이혼 등을 이유로 휴식기를 가졌고, 서리나 윌리엄스(35·미국) 역시 20대 중반 부상으로 휴식기를 가진 뒤 현재까지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를 끝으로 국가대표팀 은퇴 선언을 했다가 번복한 아르헨티나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29)도 10대 때부터 소속팀과 각급 연령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쌓인 피로 때문에 이른 은퇴를 선언했던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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