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역대 가장 많은 규제를 도입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ㆍ하 양원 벽에 가로막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관철하면서 생긴 기현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예산국과 조지워싱턴대 규제연구센터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2009~2015년 동안 사회ㆍ경제적으로 유의미한 파급력을 갖는 주요 규제 560여개를 새로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의 7년 재임 기간 동안 도입한 규제보다 50%나 많은 규모로, 올해에도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최다 규제를 도입한 미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오바마 정권이 통과시킨 신규 규제들은 진보적 정책이 대부분이다.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오바마 케어’와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으로 금융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도드 프랭크법 등은 임기 초기 의회를 설득해 이뤄낸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 업적으로 꼽힌다. 2012년 말 재선 후에는 연방정부 공무원의 최저임금 인상, 연방정부 조달 계약 시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치 등 노동ㆍ인권 관련 규제에 힘을 쏟았다.
임기 후반 규제는 특히 오바마 대통령 직권의 행정명령으로 이뤄져 논란도 적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의회 장악력을 내세워 정부안 통과를 저지하자 2014년 ‘행동의 해’를 선포해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명령을 활용하는 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의회 권한을 무시한다는 공화당의 반발도 거셌지만, 결과적으로는 공화당의 막강한 의회 권력이 오바마 정권의 규제 강화 행보를 도운 셈이 됐다.
오바마 정부는 논란에 아랑곳 않고 올해에도 규제 도입에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노동부가 작업장에서 유해물질인 실리카 사용을 제한한 데 이어 5월에는 식품의약국(FDA) 주도로 음식물 영양분 정보 표시를 더 명확하게 하는 조치가 도입됐다. 같은 달 노동부가 근로자 수백만명을 대상으로 초과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한 추가 행정명령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들이 퇴임 이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공화당 후보 확정 전후로 현 정권의 규제 도입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며 일부 규제들을 무효화할 것을 공언해왔다. 하지만 민주, 공화당 출신 대통령 모두 갈수록 행정권 발동 정도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규제가 줄어들진 않을 전망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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