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를 앞에두고 큰절을 하는 김현우.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광복절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는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는 매트에 대형 태극기를 깔고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했다. 그리고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눈물은 이내 태극기를 적셨다. 4년간 동고동락했던 스승 역시 제자의 억울한 동메달에 아파하며 함께 울었다.
한국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8ㆍ삼성생명)가 판정 논란을 딛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크로아티아 보소 스타르세비치를 6-4로 꺾었다. 이로써 4년 전 런던올림픽 66㎏급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기대했던 색깔은 아니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과 팔꿈치 부상에도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불굴의 투혼
런던올림픽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김현우는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 당시 상대와 치열하게 얼굴을 맞대고 부딪친 탓에 오른 눈에 피멍이 들었다. 눈은 퉁퉁 부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불굴의 투혼으로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김현우는 리우 대회에서도 '투혼의 전사'가 됐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1회전 도중 상대에게 옆굴리기를 허용할 때 오른 팔을 잘못 디뎌 팔꿈치를 다쳤다. 탈골 된 팔 상태에서도 상대를 들어 점수를 땄다. 또 상대의 공격에 팔을 움츠리면서 끝까지 막아 값진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경기 후 통증이 밀려왔던 나머지 오른팔을 부여잡고 얼굴을 찡그리며 매우 고통스러워했던 김현우는 "1회전에서 옆굴리기를 당할 때 팔을 잘못 집어 빠졌다"고 밝혔다.
◇미안한 눈물
김현우는 시상식이 끝난 뒤 "내가 경기를 하는 날이 광복절인지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별한 날인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고 태극기를 휘날리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컸다. 이를 위해 4년간 흘렸던 땀방울은 순식간에 물거품 됐다.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와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3초 전 4점짜리 기술이 2점으로 인정되는 판정 탓에 승리를 도둑 맞았다. 허무할 법도 했지만 김현우는 포기를 몰랐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까지 올라가 성과를 냈다. 그래도 서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경기를 마치자 결국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김현우는 "금메달을 기다렸을 가족과 국민에게 보답을 못 해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6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하자 매트에 올라가 거칠게 항의 하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아냈던 스승 안한봉 감독은 "(김)현우가 울면서 '죄송하다'고 했다"며 "나도 현우한테 '미안하다'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뼈저린 반성
김현우는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지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후회가 남는 것이 두렵다"면서 "올림픽에서 후회 없는 결과를 얻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올림픽 2연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후회 없는 경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그런 마음을 품었던 것이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낸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현우는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잘 싸웠다. 동메달을 딴 자체 만으로도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김현우는 "그래도 후회는 남는다"고 했다. 이어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생각한다"고 자책한 뒤 "돌아가서 부족한 부분을 더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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