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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형 개헌하면 박근혜정부의 역사적 족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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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형 개헌하면 박근혜정부의 역사적 족적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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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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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국가미래연구원, 좋은정책포럼이 공동 기획한 릴레이대담 ‘한국경제를 말한다’의 열 한번 째이자 마지막 주제는 거버넌스입니다. 거버넌스(governance)의 뜻은 매우 광범위하지만, 여기선 국정운영 시스템이나 방식으로 정의했습니다. 국가미래연구원 쪽에선 가천대 행정학과 이달곤 교수가, 좋은정책포럼에선 성공회대 정치학과 정해구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명박정부에서 장관과 청와대수석을 지냈고, 정 교수는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간여했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토론= 이달곤 가천대 교수,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사회= 이성철 부국장

이달곤 가천대교수(왼쪽)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한국경제를 말한다' 좌담회에서 우리나라 국정운영방식과 정부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달곤 가천대교수(왼쪽)과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한국일보에서 열린 '한국경제를 말한다' 좌담회에서 우리나라 국정운영방식과 정부시스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회= 한국일보는 그 동안 10회에 걸친 ‘한국경제를 말한다’대담을 통해 여러 경제현안들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가계부채, 구조조정, 노동개혁, 복지정책, 기술혁신 같은 각론적 주제들을 다뤄봤고 이제 마지막으로 거버넌스 이슈를 다루려고 합니다. 우리 경제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좀 더 지속 가능해지려면, 그리고 이런 복잡한 현안들의 해법을 찾아내려면 결국은 국정운영시스템, 특히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간의 관계가 이젠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달곤 교수=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과거엔 정부 아래 기업이 있었고 시민사회도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게 먹혀 들어갔지요.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정부가 모든 걸 주도하는 건 불가능해졌습니다. 이젠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동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가 된 겁니다. 비단 행정부 차원을 넘어 사회전반에 걸친 거버넌스가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그 핵심은 원활한 의사소통인데 여태껏 정치적 공방만 계속될 뿐 구조변화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아쉽습니다.

정해구 교수= 우리나라 역사는 대립과 대결의 역사입니다.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보수세력이 형성됐고 이들은 1960~70년대 반공독재를 통해 산업화 주도세력이 되었지요. 이에 저항하며 민주화 세력이 만들어졌고요. 이런 대립과 대결은 많은 희생도 낳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역동성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쪽이 강하게 부딪치면서 그걸 동력 삼아 발전한 측면도 분명히 있지요. 그러나 그 힘은 이제 소진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선진국의 진입의 8부, 9부 능선까지는 왔는데 대립과 대결이 협치로 변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주저앉게 될 겁니다.

사드 같은 안보정보도 야당과 공유해야

사회= 기업도, 국민도 다 변해야겠지만 그래도 정부 혹은 집권세력이 먼저 변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해구= 저는 지난 4월 20대 총선결과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1당이 의석과반을 넘지 못하는 3당 체제가 된 건, 더 이상 힘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협상하고 대화하라는 국민적 요구라고 봅니다. 국민들의 의사가 그런 거라면 정치도 당연히 협치쪽으로 가야겠지요.

이달곤= 요즘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 얘기가 한창인데 사실 정치개혁은 그런 것보다는 협치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정부와 국회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상임위 운영이나 법안처리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이죠. 정부와 국회 관계만 놓고 보더라도 협치 방안의 하나로 정무장관 신설 얘기가 나오는데 이거야 말로 옛날식 아닙니까.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핵심 사안에 대해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더 실질적입니다. 예컨대 사드배치 문제만 해도 야당에게 일정 범위 내에선 사전에 설명해줘야 해요. 보안사항이란 이유로 일방적으로 결정해놓고, 야당한테는 반대 좀 그만하라는 식으로 한다면 정무장관을 아무리 만든다 해도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겠습니까. 이런 과정을 제도화하는 게 진짜 협치입니다.

정해구= 협치와 관련해 두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는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입니다. 그간의 국정운영을 보면 청와대에 대해 여당이 너무 종속적인데, 삼권분립 취지에 맞게 이 관계가 좀 더 수평적으로 바뀌었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는 청와대, 여당, 야당이 참여하는 국정협의체가 필요합니다. 어차피 현 국회 의석분포상 정부여당의 독주가 힘든 만큼, 주요 국정현안은 청와대와 여야가 함께 모여서 토론하고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로 연정형 내각을 시도해봤으면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한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는 상황이잖아요. 쉽게 말해 성장도 해야 하고 분배도 해야 하는데, 예컨대 성장관련 부처장관은 이 분야에 노하우가 많은 보수인사를 임명하고 분배관련 부처장관은 반대로 진보인사를 임명함으로써 정부 안에서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겁니다.

사회= 역대 정부치고 소통과 협치를 잘한 정부는 별로 없었습니다만, 박근혜정부는 특히 불통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 개인 스타일이 문제일 수도 있고요.

이달곤= 개인성향과 제도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사실 리더십 스타일은 개인적인 것이라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국민들이 선택한 대통령이고, 대통령 나이면 대체로 60세가 넘는데 개인 성격을 어떻게 바꾸겠습니까. 하지만 제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리더십 스타일은 못 고쳐도 리더십이 구현되는 시스템과 제도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거죠. 특히 대통령 리더십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청와대인데, 우리나라 청와대에는 너무 많은 업무와 결정권이 몰려 있는 게 문제입니다. 청와대는 방향과 골격만 만들면 되는데도 각 부처 공무원들을 다 파견 받아 아예 정책까지 완성해버리는 거예요. 청와대가 결정을 내리니까, 해당 부처는 계속 눈치만 보고 결정을 못하는 겁니다. 대통령 개인스타일이 어떻든, 의사결정시스템을 고치면 소통과 협치는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정권 바뀌면 모든 걸 다 바꾸는 건 나쁜 관행

사회= 정권이 바뀌면 다 바꿔버리는 관행도 문제라고 봅니다. 여야간 정권교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정권재창출이 되어도 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의 거의 모든 걸 바꿔버리거든요.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센터가 지금 폐허처럼 되었듯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센터도 다음 정부가 되면 간판을 내리게 될 텐데 이건 정말로 자원낭비인 것 같습니다.

이달곤 교수
이달곤 교수

이달곤= 임기 5년으로 할 수 있는 건 사실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면 사람이 다 바뀌기 때문에,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주요 직은 행정이나 국정경험이 거의 없는 아마추어들로 채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전 정권, 전임자와 차이만 내고 싶어하죠. 뭔가 역사에 한 페이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만 강해지는데, 하지만 그런 식으론 절대로 역사에 남을 수 없습니다. 결국은 자신감의 문제라고 봐요. 자신감만 있으면 과거 정부의 정책이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게 없으니까 자꾸 부정하고 새로운 것만 남기고 싶어하는 겁니다. 이 점에서 저는 대통령직 인수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방향을 잘 잡아야 5년이 올바르게 갈수 있는데 무엇보다 선거 때 내걸었던 공약을 리뷰해서 꼭 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는 작업을 인수위에서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수위에는 선거공약 만든 사람들만 참여하니까, 자기 공약만 어떻게든 관철시키려고 하죠. 누가 집권을 하든 인수위 구성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정해구= 과거 정권과 단절되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남북관계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됐다가도 정권이 바뀌어 정반대 정책을 쓰니까 다시 악화되고, 탈냉전 이후 상당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교수님께서 인수위 얘기를 하셨는데, 저도 과거 인수위에 들어가봤지만 거기선 과거 정부가 뭘 했고, 뭘 계승할 지는 아예 보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자기 공약만 들여다 보는 거죠. 그러니까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겁니다.

사회= 이젠 국회 얘기를 좀 했으면 합니다. 행정부가 독주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회권한이 확대됐고 갈수록 더 커지는 추세입니다. 국회도 국가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국회 목소리가 커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과연 제 역할을 하는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이달곤= 과거엔 국회가 권위주의와 민주주의의 대결장이었지만 이젠 기본적으로 정책을 다루는 곳이 됐습니다. 전문성이 그만큼 중요해졌는데, 저도 국회의원 해봤습니다만 사실 상임위나 국정감사 질문을 보면 다 초보적 수준입니다. 그 역량을 의원 개인적으로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의원 개인보좌관 줄이고 국회 전문인력 늘려야

사회=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지요.

이달곤= 지금은 국회의원들이 다 개인 보좌관을 몇 명씩 쓰잖아요. 이건 중복이고 낭비라고 봐요. 개인 보좌관을 줄이고 정책을 지원하는 공동보좌인력을 늘려야 합니다. 상임위 별로 전문인력을 배치해서 정부정책을 면밀히 평가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게 하는 거죠. 미국이 그렇게 합니다. 쇠고기문제로 미국 의원을 방문하면 의회 소속의 이 분야 전문위원이 함께 나옵니다. 미국 의원들도 자신이 아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국회 내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거죠. 미 의회엔 상임위마다, 소위마다 전문인력들이 대거 배치되어 있지요. 미 의회의 입법보조기관인 의회조사국(CRS)에는 수백 명의 전문가들이 일을 합니다. 행정부처가 하는 일들을 수준 높게 분석하고 감시합니다. 우리 국회도 이젠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절반 정도로 줄이고 국회 내 의정활동 지원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회의 입법능력, 행정부 감시능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정해구= 국회가 늘 싸움만 하니까 선거 때만 되면 의원수를 줄이라는 요구가 커지는데, 사실은 반대입니다. 방대한 정부예산과 국정을 감시하려면 의원수를 늘려야 한다고 봐요. 다만 그 전제는 더 이상 옛날식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겠죠.

사회= 시장활성화와 개인자유 확대를 위해 작은 정부로 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균형성장과 복지확대를 위해 큰 정부로 가야 할 것인가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오랜 논쟁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는 큰 정부와 작은 정부 가운데 어디를 지향해야 할까요.

이달곤= 정부의 크고 작음을 규모로 볼 수도 있지만 영향력이나 권한 측면에서도 볼 수도 있는데요. 일률적으로 지향할 건 아니고, 분야별로 업무별로 큰 정부가 필요한 곳이 있고 작은 정부가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우선 공정거래나 기술보호, 세무 같은 분야는 더 강력해져야 합니다. 상생관련 정책들, 복지분야 가운데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들도 한층 강화되어야겠지요. 반면 사전 규제나 정부 안의 감사업무는 줄여야 합니다. 정부안에서 쓸 데 없이 간섭하고, 복잡한 행정절차 두고, 이런 것만 줄여도 효율이 지금보다 15%는 올라간다고 봅니다. 100만 명 공무원이 하는 일을 15%만 효율화하면 85만 명이 해도 되는 거죠.

정해구 교수
정해구 교수

정해구= 20세기 들어와 큰 정부가 된 두 번의 계기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전쟁이었고, 하나는 복지였지요. 이 중 복지부문은 향후 수요를 생각할 때 보다 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비효율에 대해 얘기하자면 상당 부분이 중앙집권적이어서 생기는 문제라고 봅니다. 중앙정부가 너무 다 갖고 있으니까 효율이 떨어지는 거죠. 권한을 분산시키고 자율에 맡긴다면 좀 더 효율화될 겁니다.

이달곤= 정부 효율을 높이려면 공무원 인력순환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7급 시험이든 행정고시든 합격해서 들어오면 세상과 담을 쌓게 되죠. 세상 돌아가는 걸 알려면 중앙정부 공무원이 지자체에서 일할 수도 있고, 공기업이나 민간출신도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인력순환이 이뤄져야 합니다.

내각제나 이원집정제 보다는 대통령제

사회= 국가 거버넌스를 바꾸려면 결국은 국가의 가장 큰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매우 높지요. 지금 시점에서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정해구= 시대가 변하면 규칙도 바뀌는 게 정상입니다. 내년이면 개헌 30년이 되는데, 이 정도 세월이 흘렀으면 헌법도 당연히 고쳐야 할 것입니다. 개헌을 한다면 핵심 키워드는 협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문제점이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협치가 우리나라의 기본 규범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달곤= 지금 헌법은 민주화 초기에 도입한 헌법입니다. 이미 한 세대가 지났고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감안한다면, 또 선진화를 위해서도 개헌은 매우 필요하다고 봅니다. 권력구조나 정부형태, 시장과의 관계, 분권 등 새롭게 규정되어야 할 게 아주 많지만, 헌법 개정에 반영되어야 할 핵심 정신은 저 또한 정 교수님 말씀처럼 협치라고 봅니다. 지방자치만 해도 말이 지방자치이지 사실상 중앙정부가 다 정하고 있잖아요. 이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도록 제도화해야죠. 여야간에도 협치 채널을 구축해야 합니다. 1960년대 미국 쿠바미사일 위기 경우를 보면 소련 미사일 동향 등을 야당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선거에 나선 야당 후보들도 말을 신중하게 하고 표현을 아낀 거죠. 결과적으로 정보를 야당에 준 게 국익에 도움이 된 겁니다. 우리나라도 대북정책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핵심정보를 여야가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목소리가 나가지 않고, 그럼으로써 북한이 이를 악용하지 못하게 되죠. 미국은 이미 50년 전에 한 걸 우리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꼭 개헌을 해줬으면 합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개헌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역사에 남는 일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사회= 헌법개정에서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권력구조인데, 어떤 형태가 좋을까요. 국민들도 그렇고 전문가들도 그렇고, 대통령을 비판은 해도 여전히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거버넌스 측면에서 바람직한 권력구조, 바람직한 대통령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정해구= 이번 총선에서 3당 체제가 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양당제 뿌리가 강합니다. 이 상태에서 내각제를 할 경우 보수당과 노동당을 양 축으로 하는 영국식 내각제처럼 될 텐데, 사실 영국 총리는 의회와 정부를 다 장악하니까 선출된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내각제를 채택할 경우 의도했던 권한축소와는 반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이원집정부제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만약 프랑스처럼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당에서 나올 경우 우리나라에서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중임 형태로 갔으면 합니다. 다만 대통령 권한을 줄여 총리에게 좀 더 실질적 책임을 부여하고, 무엇보다 협치가 작동하는 제도적 장치들은 꼭 만들어서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대통령은 선출되기까지는 특정정당의 후보이지만, 선출되는 순간 더 이상 특정정당, 특정세력의 대표가 아닌 사회전체의 대표라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달곤= 대통령제는 유지하되 권한은 축소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대통령은 외교국방, 총리는 일반행정 식의 이원화는 쉽지 않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총리가 국방이나 외교를 모르고 다른 행정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어떻게 권력을 나누고 그림을 그려야 할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어쨌든 대통령은 사회통합의 중심이어야 하고 그와 관련된 일들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누가 되었든 대통령은 사회의 갈등을 순화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정리=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사진=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이달곤 교수는

1953년생. 서울대 공대를 졸업했지만 행정학으로 전공을 바꿔 미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한국행정학회장을 역임했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제18대 국회의원,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현재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

◆정해구 교수는

1955년생. 연세대 행정학과를 나와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진보성향의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창립 멤버이며 노무현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에서 활동했다. 2012년 대선 때에는 문재인캠프에서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현재 성공회대 정치학과 교수 겸 생활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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