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부통령 24일 터키 방문
“양국관계 핵심사항 전방위 논의”
귈렌 송환 등 ‘선물’ 가능성까지
터키, 美의 對중동정책 핵심 역할
“전략적 친러 행보로 시위” 관측도
케리 국무장관도 10월 방문할 듯
미국이 지난달 터키에서 발생한 쿠데타 이후 틈새가 벌어진 터키와 관계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터키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송환을 강력 요구하면서 양국 관계가 틀어진 가운데, 이달 말 터키를 방문할 조 바이든 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외교임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주목된다.
미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바이든 부통령의 터키 방문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미국의 첫 최고위급 인사 방문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바이든 부통령이 이달 24일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바이든 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양국관계의 핵심사항과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부통령은 올 1월에도 터키를 방문하는 등 오바마 행정부와 터키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의 역할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귈렌의 터키 송환 문제를 두고 불거진 갈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든 부통령의 파견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부통령이 터키가 요구하고 있는 귈렌의 송환과 관련해 어떤 카드를 제시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앙카라에서 열린 '민주주의 수호' 집회 연설을 통해 "조만간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 터키와 쿠데타를 기도한 귈렌 주의자들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성' 발언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미 정부는 여전히 귈렌의 쿠데타 배후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부통령이 ‘귈렌 송환’이라는 선물보따리를 들고 갈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터키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터키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은 그 동안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많은 부분을 터키에 의존해 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이기도 한 터키는 나토 내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시리아·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중요한 후방지원기지 역할을 해 왔다.
더구나 터키가 쿠데타 이후 의도적으로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미국은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이후 첫 외국 방문지로 러시아를 선택, 서방세계에 보란 듯이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군사적 협력을 선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러 행보가 너무도 노골적이라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을 향한 시위’라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 터키 입장에서는 숙원 사업인 유럽연합(EU) 가입 및 경쟁국인 이란과 이집트 견제에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완전히 결별하는 게 쉽지만은 않는 게 현실이다.
결국 바이든 부통령의 터키 방문은 한달 간 지속된 양국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바이든 부통령의 선물 보따리가 작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소 전향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부통령에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도 올 10월쯤 터키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의 급물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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