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전문 운용사가 선점하던 헤지펀드(전문사모 집합투자업) 시장을 증권사에 개방하면서 한국형 헤지펀드로 불리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증권사 가운데 첫 번째로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토러스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증권이 최근 금융위원회에 인가 신청을 냈다. NH투자증권은 이미 헤지펀드 등록을 마친 상태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또 교보증권이 이르면 금주 중 헤지펀드 등록 신청을 낼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연내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고, 중소형사인 LIG투자증권은 최근 사모펀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다른 증권사들도 연내 사모펀드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 내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판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는 전문 운용사와 증권사가 연내에 5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운용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이미 44개 운용사는 133개 헤지펀드를 내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총자산 규모(AUM)는 지난달 말 현재 5조6,126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약 4년 전인 2012년 9월 7,884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 3조원을 돌파하고서 6개월 만에 다시 3조원 가깝게 불어난 셈이다.
지금은 삼성자산운용이 1조2,621억원(9개 펀드)으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자산운용(5,776억원)이 그 뒤를 쫓고 있다. 이어 안다자산운용(4.687억원), 타임폴리오자산운용(3.968억원), 쿼드자산운용(2,763억원), 브레인자산운용(2,562억원), 라임자산운용(2,201억원), DS자산운용(1,710억원) 등 소형 운용사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처럼 운용사와 증권사들이 연이어 헤지펀드 시장에 몰려드는 것은 국내 주식형 펀드시장이 최근 몇 년간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그 대안으로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고액 자산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부장은 “최근 주식형펀드의 대안으로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시장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지만 수익이 나는 투자처가 많지 않아 헤지펀드로 돈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5% 수준이어서 다른 상품보다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형으로 운용되는 헤지펀드는 외부에 공개되기를 꺼리는 고액 자산가나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 운용 전략으로 롱숏, 기업공개(IPO), 메자닌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함으로써 주식시장의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되는 단순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을 키울 가능성을 높인다.
롱숏 전략은 매수를 의미하는 롱(Long)과 매수를 뜻하는 숏(Short)을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것이다. 건물 1~2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 NH투자증권은 초기 단계에서 3,000억원을 설정해 메자닌과 대체투자 전략을 병행 추진하기로 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공모주와 수익형 부동산으로 승부를 내겠다는 전략이고, 토러스투자증권은 채권형 헤지펀드를 검토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펀드들이 공모시장에 본격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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