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찬(23ㆍ현대제철)은 양궁 실력도 인터뷰 솜씨도 최고였다.
리우올림픽 남자양궁 개인전이 열린 13일(한국시간) 삼보드로무 경기장. 8강과 4강을 절체절명의 슛오프 끝에 통과한 구본찬은 결승에서 장샤를 발라동(프랑스)을 제압하고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양궁은 사상 처음으로 남녀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온 구본찬의 첫 마디는 “집에 갑시다. 이제 끝났어요”였다. 이어 “너무 행복하고요. 오늘도 아름다운 밤입니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지난 7일 김우진(24ㆍ청주시청), 이승윤(21ㆍ코오롱)과 합작해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에도 “아름다운 밤이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8강과 4강에서 절체절명의 슛오프(세트스코어가 동점일 때 두 선수가 한 발씩 쏘는 방식)를 하던 심정을 묻자 그는 “어유. 죽는 줄 알았죠”라며 “제가 원래 하던 자세대로 쏘면 들어가는데 욕심을 내고 해서 몇 발 놓치곤 했다. ‘후회 없이 해보자’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움은 남기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잘 풀렸다. 운도 좋았다”고 털어놨다.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한 줄 알았다가 다시 경기하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구본찬은 1,2세트를 잡은 뒤 3세트를 맞았다. 구본찬은 9점, 10점, 10점을 쏘며 총 29점을 기록했고 발라동은 9점, 10점, 9점으로 28점이었다. 구본찬은 금메달을 딴 줄 알고 포효하며 돌아섰는데 박채순 대표팀 감독이 “아직 안 끝났으니 흥분하지 말라”며 진정시켰다. 발라동의 첫 발이 9점인지 10점인지 정확히 체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9점이면 구본찬의 금, 10점이면 다시 4세트를 치러야 했다. 결국 10점으로 확정돼 4세트가 이어졌고 발라동이 승리했다. 발라동이 세트스코어 5-3까지 추격했지만 마지막 세트에서 구본찬은 27점을 쏘며 26점에 그친 상대를 제쳤다.
구본찬은 “사실 감독님이 상대 스코어를 보지 말라고 하셨는데 귀에 9점, 10점, 9점이라는 소리가 들려서 내가 이긴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아니야 아니야’라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당시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는 “‘아 죽었다. 또 쏴야 돼?’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웃음지었다.
그는 단체전과 개인전을 모두 우승한 여자 양궁대표팀 선수들의 좋은 기운도 받았다며 능청을 떨었다. “오늘 한 경기 한 경기 끝날 때마다 여자 선수들이 기를 주겠다며 손을 잡아주더라. 내가 언제 그렇게 유명한 선수들과 손을 잡아보겠나. 오늘은 손 안 씻을 거다”고 농담을 했다.
구본찬은 마지막으로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지금 많이 우시고 계실 거다. 항상 응원하고 지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 효도하는 아들이 되겠다”고 인사했다.
리우=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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