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기 그려진 티셔츠 입은 미국인
중국기자 항의에 옷 갈아입어
올림픽서 대만 국기, 국가(歌) 쓸 수 없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대만 국기가 새겨진 옷을 입고 대만 선수를 응원하던 한 미국인 관중이 중국측의 항의로 옷을 갈아입는 설움을 겪었다.
12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에 따르면 미국인 크리스 코도바는 지난 8일 리우 올림픽 여자역도 58㎏급 부문 결승전에 참가한 대만 선수 궈싱춘(郭?淳)을 응원하려다 이 같은 일을 당했다. 영어 강사로 대만 지룽 시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그는 리우올림픽에서 대만 선수를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았고,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만지홍(靑天白日滿地紅) 모양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하지만 관중석의 한 중국기자로부터 “미국인이 왜 대만을 응원하냐”는 질타를 받았고, 화가 나 욕설을 퍼부었다. 분노한 중국기자는 주최측에 공식 항의했다. 주최측은 올림픽에 걸리지 않은 깃발을 경기장 내로 반입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코도바에게 옷을 갈아입지 않으면 퇴장시키겠다고 경고했다. 코도바는 결국 대만 국기 티셔츠를 갈아입었다.
현재 대만은 중국이 요구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다라 자국의 국명이나, 국기, 국가를 올림픽에서 쓰지 못한다. 대신 대만올림픽위원회기를 국기 대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국기가(Song of the National Flag)를 국가 대신 사용한다. 1971년 유엔에서 대만이 축출되고, 1979년 IOC 회의에서 대만 국명을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이나 대만(Taiwan)이 아닌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기토록 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부터다.
대만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관중이 대만 국기를 들고 응원해도 별 문제가 없었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는 대만 국기 및 국가 금지령을 관람객 규정에 포함해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궈싱춘 선수는 "관중석에 걸린 대만국기를 봤다"며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231㎏을 들어올려 대만선수로 리우 올림픽 첫 동메달을 따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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