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
당선 후 선회 가능성까지 차단
‘러스트 벨트’ 승부처 되면서
트럼프 보호무역 경쟁적 강조
오바마의 추진 계획 쉽잖을 듯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뚜렷하게 내놓으면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무역 질서를 뒤바꿀 것으로 예상됐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클린턴은 11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외곽의 워런 유세에서 자신의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또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재천명했다. 그는 특히 “TPP를 포함해 우리 일자리를 죽이고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어떤 무역협정도 중단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반대하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반대할 것이며, 대통령으로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당선 후 TPP 지지로의 선회 가능성을 완전 차단한 것이다. 클린턴은 또 환율조작, 지적재산권 탈취 등을 거론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무역검찰관을 임명하고 관련 법 집행 관리 숫자를 3배로 늘리며, 규칙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맞춤형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불공정 무역관행 차단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도 지난 8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연설에서 TPP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이 그 동안 맺은 각종 FTA의 폐기 및 재검토를 주장했다. 당시 그는 “클린턴은 미국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간 무역협정들을 지지했다.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고, TPP도 지지했다”고 비판했다.
두 후보의 보호무역 기조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발언 강도가 세지고 있어 집권 후 번복하기가 쉽지 않은 형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처럼 두 후보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것은 대선의 승부처로 떠오른 ‘러스트벨트’(Rust Beltㆍ쇠락한 중서부의 제조업 지대)의 백인 노동자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러스트 벨트’ 장악을 위해 두 후보가 통상부문에서 의견 일치를 보이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TPP도 무산될 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공화당 도움을 얻어 TPP 협정을 타결할 때만 해도 아ㆍ태 지역의 새로운 무역질서 태동이 예상됐으나, 올해 대선에서 보호무역이 주요 변수로 등장하면서 비준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대선 이후 ‘레임덕 회기’에 TPP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9~10월쯤 TPP 이행법안을 공개한 이후 레임덕 회기에 비준 절차를 밟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TPP가 무산되면 향후 미국의 아ㆍ태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아ㆍ태지역 최대 경제통합체인 TPP는 미국 입장에서는 단순 무역협정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수시로 “TPP는 중국의 아ㆍ태지역 무역질서 주도 가능성을 차단,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외교ㆍ안보 정책의 의미도 지닌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한편 한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참여하는 TPP가 무산되면 통상 측면에서 대일 무역 경쟁력 약화 우려가 희석되는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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