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보다 단가 21%나 높아
개학 앞두고 ‘전기료 폭탄’ 우려
냉방기 가동 시간 제한 등 모색
“학부모와 외부 손님들을 모시고 연중 최대로 난방을 하는 졸업식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이 책정되는 게 말이 됩니까.”
서울 강북의 한 공립고교 행정실장은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개학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기록적인 불볕더위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전기료 부담 탓에 냉방기 가동 시간을 최대 5시간 정도로 제한해야 하기 때문. 오전 8시 등교부터 야간 자율학습까지 10시간 넘게 폭염을 견디며 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그는 “평소에도 전기료가 학교회계의 30%나 차지하는데, 요즘 같은 폭염이면 실습용기자재, 체육활동 비용까지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해당 학교는 고육책으로 개학 뒤 당분간 50분 수업을 10분씩 단축하기로 했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개학이 이뤄지는 중고등학교들이 일반 가정처럼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졸업식 등 1년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날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정하는 요금 부과 방식 탓에 계속되는 무더위에도 마냥 에어컨을 틀 수 없다는 것이다. 냉방기 사용시간 제한, 단축수업 등 묘수를 짜보지만 자칫 면학 분위기마저 해칠 수 있어 골머리만 앓고 있다.
실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기료 약관을 살펴보면 애초 초중고교에 유독 불리한 구조로 설계 돼있다. 학교가 쓰는 고압전력은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12~2월과 7~8월 중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어느 시점의 15분간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책정(피크전력제도)한다. 이 때문에 통상 전체 교육용 전기료의 40% 이상이 기본요금이다. 주로 1년에 딱 한번 있는 졸업식 날이 기본요금 기준이 되니 학교 입장에선 불만일수밖에 없다.
학교에 불리한 전기요금 부과 체계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12일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초중고에서 한전에 납부한 전기료의 실제 부담 단가(129.1원/kWh)는 산업용 전기요금(106.8원/kWh)보다 무려 21% 높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가정용 단가(125.1원/kWh)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올해 1월부터 사용량 일부를 할인해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할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기본요금을 월정액으로 하거나 전월의 피크전력을 기준으로 삼는 식으로 약관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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