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독불장군’식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거듭된 막말로 지지율 하락추세가 뚜렷한데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슬람국가’(IS) 창시자라고 주장하는 등 돌출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
트럼프는 11일 보수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IS 창시자는 오바마”라고 주장했다. 진행자 휴잇이 ‘혹시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의 번창을 가능하게 했다는 뜻이냐’고 물었는데도, “아니다. (말 그대로) 그가 IS의 창시자라는 뜻”이라고 단언했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주의 유세에서도 같은 주장을 편 바 있다.
트럼프는 또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CNN에 대해, “폭스뉴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형편없이 뒤지는 매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가 연일 상대방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추구하는 것은 적극적 공세로 수세 국면을 탈피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오바마가 IS를 창시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12일 트위터에서 “내 주장을 너무 진지하게 보도하고 있다”며 “빈정거리는(sarcasm) 것도 모르냐”고 꼬리를 내렸다.
현재 대선 판세는 트럼프의 희망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선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트럼프 엑소더스’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역대 공화당 정부의 외교안보 전문가 50여명, 현역 주지사 2명과 상ㆍ하원 의원 18명 등이 지지 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11일에는 다수의 공화당 전국위(RNC) 간부와 선거 실무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당 차원의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반 트럼프 성향의 RNC 간부와 실무자 등 90명이 트럼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여기에 투입됐던 자금과 인력을 연방 상ㆍ하원 의원선거로 돌리라는 내용의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트럼프 캠페인의 재앙적 여파가 상ㆍ하원 선거에 미칠 여파를 고려, RNC차원의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중단하고 자원을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데 사용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에 못 가면, 오랜 기간 아주 멋진 휴가를 갈 것”이라며 대선 패배를 예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AP통신은 대선을 불과 3개월 남겨둔 시점에 양대 정당의 후보가 자신 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돌출 행동을 이어온 트럼프가 중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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