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학대가 사망으로 이어져”
엄마 학대치사죄 적용 檢 송치
햄버거를 먹은 뒤 이를 닦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진 네 살배기 여자아이의 어머니에게 경찰이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했다. 아이가 숨질 당시 집에 함께 있던 어머니의 동거인과 친구도 학대에 가담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숨진 A양의 어머니 B(27)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B씨의 동거인 C(27ㆍ여)씨와 친구 D(27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2012년 이혼한 남편(32)이 키우다 4월 인천의 한 보육원에 맡겨진 A양을 7월 4일 집으로 데려온 뒤 2일 사망하기 전까지 때리고 엎드려 뻗쳐를 시키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변을 오래 참는 일이 잦고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은 당초 B씨에게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으나 B씨의 학대행위가 A양의 사망으로 이어진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혐의를 아동학대치사로 변경했다. 아동학대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나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다.
A양은 지난 달 29일부터 나흘간 C씨를 따라 강원 속초 여행을 다녀왔다. 직장 때문에 동행하지 않았던 B씨는 속초 여행 당시 A양이 “소변을 안 누고 오랫동안 참았다”는 C씨의 말에 화가 나 40시간 가량 음식과 물을 먹이지 않고, 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1일 A양이 1차례 기절한 뒤 다음날 다시 의식을 잃고 다시 쓰러졌을 때도 “꾀병을 부린다”며 발길질을 하는 등 폭행했다. 신문지에 테이프를 감아 만든 길이 45㎝의 종이 몽둥이와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철제 옷걸이 등을 폭행할 때 쓰기도 했다. 휴대폰을 복원한 결과 B씨는 A양이 처음 쓰러진 1일 인터넷에 ‘쇼크’ ‘고문’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C씨와 D씨는 지난달 29일과 1일 B씨와 함께 A양을 장시간 벽을 보고 서있게 하거나 B씨가 A양을 폭행할 때 같이 팔, 다리 등을 수 차례 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지만 B씨의 학대행위와 A양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A양은 2일 오후 1시쯤 인천 남구 주안동의 한 다세대 주택 화장실에서 햄버거를 먹고 양치를 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A양의 시신에선 뇌출혈 흔적과 외부 힘에 의한 멍 자국이 다수 발견됐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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