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투자
국내외 부동산 10년간 65조 베팅
朴 회장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새 활로 모색
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전남 여수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휴양시설을 짓기로 하면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투자 광폭 행보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인수합병(M&A)ㆍ기업공개(IPO) 등 전통적인 투자은행(IB) 틀에서 벗어난 ‘역발상 투자’로 사업 다각화는 물론, 저금리ㆍ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이어 한려수도ㆍ강원도에도 리조트 건설 등 관광인프라 투자를 검토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지만 관광시설이 부족한 한려수도나 강원도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새로운 수익원 창출ㆍ관광산업 활성화ㆍ내수 진작 등의 목적으로 향후 국내외 관광 인프라 사업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계 투자회사 캐슬파인스와 공동 출자한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앞서 지난 9일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투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오는 11월 본계약을 체결한 뒤 향후 5년간 호텔ㆍ워터파크ㆍ해상케이블카 등을 갖춘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8,3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지난달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도 따냈다. 2020년 완공이 목표인 이 프로젝트는 성산대교 남단부터 서해안고속도로 금천 나들목까지 10.33㎞ 구간에 왕복 4차선 지하 고속화도로를 뚫는 사업이다. 완공 이후 35년간 도로 운영을 맡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연 4.5%의 배당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해외 부동산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지난 2006년 2,600억원으로 매입한 중국 상하이의 미래에셋상하이타워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10년간 17개 부동산을 사들이는데 65조원을 투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관광지ㆍ대도시 중심가 건물이나 호텔은 공실률이 낮고, 정부 기관이나 기업 본사가 입주해있으면 장기 임차를 해줄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2,9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 사옥은 아마존이 중도 해지 없이 16년 이상 임차하기로 한 상태다. ▦저금리ㆍ저성장 기조 ▦수년 째 박스권에 머문 국내 증시 ▦고객 점유율 늘리기 위한 위탁매매 수수료 하락 경쟁 등으로 수익 악화 우려가 커지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4조6,000억원)는 2011년보다 9,000억원 줄었다.
물론 여기에는 박 회장의 역발상 투자가 한 몫 했다는 게 미래에셋 안팎의 평가다. 평소 “금융산업의 삼성전자가 나오려면 리더 그룹이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그는 금융이 내수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2003년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홍콩에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 점포 35개(2015년 기준) 중 14곳(40%)이 미래에셋 소속이다. 또한 IB의 부동산 투자가 생소하던 2006년 우려 속에 매입한 미래에셋상하이타워의 몸값은 1조4,000억원대로, 인수가보다 5배 넘게 뛰었다. 특히 박 회장이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역설한 ‘햄버거론’은 그의 역발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한국은 햄버거처럼 맛있는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당시 유행한 ‘넛크래커론’을 정면 반박했다. 넛크래커론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호두 신세여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주장이다.
오는 11월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와 합병을 완료하면 자기자본 7조8,000억원, 고객자산 210조원의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게 되는 만큼 미래에셋은 향후에도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압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익창출 기회 확보, 신규 사업 진출 등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ㆍ관광 인프라ㆍ인수합병 등 국내외 투자 다각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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