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인사말서 펜싱 박상영 언급
‘할 수 있다’ 정신 주문해
이정현 대표 “여당 책무 다할 것” 화답
박근혜, 농담 던지며 분위기 유도
경상도 사투리 유머로 폭소
비박계 강석호만 건배사 ‘배려’
김광림 “집안 친척 만난 느낌”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당ㆍ청 관계의 순항을 예고하는 듯 순조롭고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당정청 일체론’에, 이정현 대표는 “책무를 다하겠다”고 화답하며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모두 발언 이후 비공개로 이뤄진 오찬에서도 내내 웃음소리가 떠날 줄 몰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모신 이래 오늘처럼 많이 웃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했을 정도다.
오찬에 앞서 한 인사말에서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하나가 돼서 오로지 국민 만 보고 앞으로 나아가면 어떤 험난한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다”며 “정부나 국가가 지향하는 혁신이 열매 맺도록 힘써주고 헌신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열리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펜싱의 박상영 선수를 언급하며 ‘할 수 있다’ 정신도 주문했다. “박 선수는 13대 9로 밀린 상황에서도 '할 수 있어'를 되뇌고 도전했다”며 “안팎으로 나라 사정이 어렵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요청에 이 대표도 “여당의 책무”를 거론하면서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가 돼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할 것을 다짐 드린다”며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대통령이 이끄시는 이 정부가 꼭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오찬에서도 박 대통령은 농담을 여러 개 던져 분위기를 유쾌하게 이끌었다. 이를테면 “경상도에선 ‘할머니 좀 비켜주세요’를 세 글자로 줄여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는 유머다. 참석자들이 생각에 잠기자, 대통령은 “‘할매 쫌!’이라더라, 두 글자로는 ‘할매!’, 한 글자로는 ‘쫌!’이다”라고 했고, 연달아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하도 웃느라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유일하게 건배사를 한 사람은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이었다. 박 대통령은 강 최고위원이 “2012년 대선 때 내 지역구(영양ㆍ영덕ㆍ봉화ㆍ울진)가 ‘80ㆍ80’(투표율 80%에 득표율 80%)을 달성할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자꾸 비주류라고 한다”고 하자, “강 최고위원은 주류이지, 비주류라고 생각해본 적 없다”고 호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건배사를 권했고, 강 최고위원은 포도주스 잔을 들어 “대통령의 건강을 위하여”를 선창했다. 이 장면을 두고 “박 대통령이 8ㆍ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6명의 신임 지도부 중 유일하게 ‘비박계’인 강 최고위원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에게는 따로 “정책을 안정감 있게 이끌어 수고하신다”고 격려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오늘은 대통령이 아닌 집안의 친척을 만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오찬에서 이 대표와 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활발히 정책 건의를 한 것도 이런 편안한 분위기 덕분으로 보인다.
이날 오찬에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이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이, 새누리당에선 이 대표, 조원진ㆍ이장우ㆍ강석호ㆍ최연혜 최고위원,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와 정 원내대표, 김 정책위의장 등 13명이 참석했다. 회동은 애초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으로 예정됐으나, 20분이 더 지난 오후 1시 50분이 돼서 끝났다. 오찬 테이블엔 한우갈비, 능성어찜, 삭스핀, 물냉면 등이 올랐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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