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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예술인과 시민, 멕시코도 찜한 ‘또따또가’

입력
2016.08.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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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77개 창작 공간ㆍ개인작가 38명 활동

7년만에 예술인과 시민, 지역주민들이 소통하는 거대한 창작공간으로 자리매김

전시, 공연 등 행사 자율 개최… ‘치즈의 구멍’ 같은 예술 커뮤니티 생성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일대에 조성된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공간 ‘또따또가’. 또따또가는 40계단 반경 500m 내 23개 건물에 77개 창작공간이 위치,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부산의 원도심 문화지역으로 자리잡았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일대에 조성된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공간 ‘또따또가’. 또따또가는 40계단 반경 500m 내 23개 건물에 77개 창작공간이 위치, 예술인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대표적인 부산의 원도심 문화지역으로 자리잡았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또따또가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곳이요? 애프터시네마클럽(ACC)로 가보세요.”

지난 3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의 명소 40계단 앞 건물 4층에 ACC의 ‘모퉁이극장’이 섰다. 49㎡(1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대부분 서로를 모르는 30여명의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날 상영작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1년 작 ‘워 호스(War Horse)’였다. 2시간 40분의 상영시간에도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퉁이극장의 본론은 관객들의 감상평이다. 관객들은 “영상미가 돋보였다”거나 “가족, 그리고 관계 맺기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는 토막 감상에서부터 “‘바람의 장난’이라는 대사를 주제로 무용을 연출하고 싶다”, “감독의 전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비교해 전쟁을 대하는 연출자의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전공지식을 곁들인 평가 등을 다양하게 쏟아냈다.

지난 3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애프터시네마클럽(ACC)의 모퉁이극장에 참여한 관객들이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ACC의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애프터시네마클럽(ACC)의 모퉁이극장에 참여한 관객들이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ACC의 피켓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이 모인 ACC는 영화관람 후 감상을 나누는 관객토크 프로그램이다. 또따또가가 공간을 지원해주고 영화감상에 참여한 시민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한다. 이렇듯 또따또가는 예술인들과 시민들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번도 못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의 또따또가는 그 명칭에서부터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관용과 배려,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에서 ‘또’를 가져오고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에 거리 뜻하는 한자 ‘가’(街)를 붙인 합성어다.

또따또가는 2010년 부산문화예술교육연합회 주도로 부산시가 3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시작됐다. 사업초기 35곳으로 출발한 또따또가의 창작공간은 현재 77개 공간, 개인작가 38명, 단체 31개(198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창작공간으로 안착했다.

원도심 창작공간인 ‘또따또가’는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반경 500m 일대 골목골목에 위치한 77개의 공간이다. 사진은 또따또가 지도. 운영지원센터 제공
원도심 창작공간인 ‘또따또가’는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반경 500m 일대 골목골목에 위치한 77개의 공간이다. 사진은 또따또가 지도. 운영지원센터 제공

지역적으로는 원도심인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반경 500m 일대 골목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다만 처음부터 골목마다 분산되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또따또가는 2010년부터 매년 3억~4억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았는데 이는 건물 매입에 한계가 있는 금액이었다.

돌파구는 있었다. 중구는 부산의 행정 중심지였지만 1990년대 후반 부산시청 등 주요 행정기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공동화 현상을 겪었다. 당연히 빈 점포와 사무실 등 유휴공간이 늘어났고 원도심 낙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또따또가는 골목마다 퍼진 공실을 충분히 활용했다. 그래서 또따또가의 창작공간은 40계단 인근 23개 건물에 분산돼있다. 예산상 이유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됐다.

40계단 인근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김소은(22ㆍ여ㆍ대학생)씨는 “40계단 거리에서 버스킹 등 공연이 있을 때면 구경꾼들이 거리에 빼곡할 정도”라며 “중구의 많은 명소들 중에서도 이곳은 문화 공간이라는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처럼 또따또가는 시민들을 위한 열린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입주 공간별로 고유창작 활동과 전시, 공연, 출판, 상영회 등이 상시적으로 열린다.

올해 대표적인 통합프로그램인 예술문화축전 ‘난 꿈이 있어요’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뉘어 전시 7회, 공연 5회, 8회의 참여행사, 10개의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지난 5,6월에 걸쳐 진행된 시민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비타민C’는 정도윤 미술작가의 프라모델을 만들자, 박현철 부산도시마을공동체대표의 피난수도 부산 보물찾기 여행, 옥진화 미술작가의 강냉이공방 판화 원데이 클래스, 이정민 예술치료그룹21그램 작가의 힐링씨네톡 등이 각 4~6회의 강좌로 진행돼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따또가의 지역밀착형 행사는 다소 실험적이기까지 하다. 문화예술과 지역 주민을 별개로 보지 않는다는 시도인데, 7,8월에 걸쳐 진행된 ‘우리골목 전시회-여름이야기’는 육회비빔밥 식당, 전복요리 전문점, 떡집 등에 미술품과 동시(童詩) 작품을 전시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전시장인 ‘스페이스 닻’에서 열린 김보경 작가의 ‘가견별곡’ 전시회 모습. 또따또가에는 전시장과 사무실 등 77개 공간이 마련,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보경 제공
부산 중구 중앙동 또따또가 전시장인 ‘스페이스 닻’에서 열린 김보경 작가의 ‘가견별곡’ 전시회 모습. 또따또가에는 전시장과 사무실 등 77개 공간이 마련,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김보경 제공

작가들이 생각하는 또따또가의 장점은 뭘까. 또따또까의 전시회(가견별곡)에서 만난 김보경 작가는 다양한 작가들끼리의 소통을 꼽았다. 김 작가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공간에 있다”며 “전시회 말고는 다른 작가들을 만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따또가에서는 반경 500m 내에 음악가, 문인, 미술가 등 다양한 작가들이 있어 자신의 창작활동 중에 전시회를 방문하기도 한다”며 “영감을 주고 받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또따또가의 이 같은 매력은 해외에도 소문이 퍼졌다.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와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문화위원회가 주최한 ‘제2회 멕시코시티 국제문화상(International Award UCLG-Mexico City-Culture21)’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것. 이 상은 문화 기여도가 높은 도시를 골라 정보를 공유하고 지지하기 위해 2013년 제정됐다.

또따또가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새로 짓지 않고 기존 시설물을 그대로 활용하는 점과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모델로써 임대료 상승에 대한 대책이나 지자체의 장기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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