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격 사상 최초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37·KT)가 50m 권총 동메달리스트인 북한의 김성국(31)에게 친교의 메시지를 보냈다. “통일이 되면 더 큰 메달이 나올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3연패를 축하해준 김성국에게 “앞으로 형 보면 친한 척 해라”는 농담을 던지며 올림픽에 걸맞은 남북 화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진종오는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날 사격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하루가 지난 소감과 당시 상황들에 대해 편하게 털어놨다. 진종오는 우선 김성국에 대해 “국제대회에서 처음 본 선수라 긴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진종오는 “시상식에서 김성국에게 ‘너 앞으로 형 보면 친한척해라’고 말해줬다”며 “동생이 하나 생긴 격”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날 김성국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1등이 남조선, 2등이 베트남, 3등이 우리”라며 “하나가 돼서 메달을 따면, 앞으로 통일이 되면, 1등과 3등이 조선의 것으로 하나의 조선에서 더 큰 메달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최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경색된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김성국의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리우올림픽에서 북한 선수가 통일을 언급한 것도 김성국이 처음이었다.
진종오는 북한 사격의 간판 스타 김정수(39)와의 후일담도 전했다. 수 차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 북한의 최고 운동선수를 상징하는 '인민 체육인' 칭호까지 받은 김정수는 오랜 세월 진종오와 경쟁하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다. 진종오는 “사격장에서 만난 김정수가 나보고 ‘너 왜 10m 권총은 그렇게 못 쐈느냐’라며 핀잔을 줬다”고 밝혔다. 이에 진종오는 “‘형도 못 쐈잖아요’했더니 자기는 나이가 많아서 그런다고 했다”며 “이후 ‘형만 나이 먹었나요. 나랑 두 살 밖에 차이 안나요’라고 농담도 주고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진종오는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개인 종목 4연패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사람이다 보니 욕심이 난다. 욕심이 없으면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정정당당하게 선발전을 치러 국가대표가 돼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은퇴하라고 하니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은퇴할 마음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운이 잘 따라준다면 도쿄올림픽까지 해보고 싶은 욕심”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기회가 주어지면 더 완벽하게 준비해서 도전하겠다. 지금 국제사격연맹 선수위원을 하는 것도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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