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 오찬 회동은 당ㆍ청 신 밀월관계를 예고하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당ㆍ정ㆍ청이 하나가 돼 오로지 국민만 보고 앞으로 나아갈 때 국민의 삶도 지금보다 편안해질 수 있고, 나라도 튼튼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정현 대표는 “당ㆍ정ㆍ청이 완전히 하나, 일체가 되고 동지가 돼서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특히 집권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다하겠다”고 호응했다. 거의 완벽한 일치다.
8ㆍ9 전당대회 직후부터 이 대표는‘여당 역할론’을 피력해 왔다. 여당은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는 자세에서 야당과 완전히 달라야 하며 여당 새 지도부는 박근혜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토를 달 이유는 없다. 비주류였던 전임 김무성 대표체제 시절 당ㆍ청 불통과 불협화음이 국정난맥의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날 회동 분위기에 비춰 앞으로 당ㆍ청 간에는 일사불란한 협력이 주된 기조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집권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청와대의 지시를 일사불란하게 따르고 뒷받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발등의 불인 사드 배치 결정 논란을 비롯해 우리 사회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인식과 해법을 둘러싸고 갈등이 첨예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당이 현장의 다른 목소리나 야당 의견을 수렴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극 반영할 필요도 있다. 지구당 조직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국민을 접촉할 기회가 많은 여당은 현장의 민의를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그 동안 여당 안팎에서 수직적ㆍ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ㆍ쌍방향적 당청관계 정립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여당이 청와대 지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도 아니다.
물론 이 대표는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정서에 맞지 않은 방향으로 간다면 국회에서 과감히 지적하겠다”고 밝혔다. 나름대로 청와대와 대통령을 향해 할 말은 하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입, 복심 등으로 불리며 뼛속까지 참모 체질화한 이 대표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와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날 청와대 회동에서 민감한 ‘우병우 문제’는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우려를 더 했다. 이 대표를 비롯, 친박계가 다수를 점한 집권여당 새 지도부는 국민과 대통령을 위하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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