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은성 PSD에서
경찰, 관계자 40여명 참고인 조사
메피아 비리 실체 드러날지 주목
서울메트로 임직원 수십명이 구의역 사망 사고에 연루된 스크린도어 유지ㆍ보수 용역업체로부터 상품권 뇌물을 받은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다.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간 대가성 특혜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여서 ‘메피아(메트로+마피아)’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스크린도어 용역업체 은성PSD에게서 수십만원대 백화점 상품권을 받아 사용한 혐의(뇌물수수)로 서울메트로 관계자 40여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 은성PSD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자사 직원에게 명절수당 등의 명목으로 구입한 10억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 중 일부가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액면가 10만~50만원의 상품권을 건네 받은 서울메트로 임직원들은 상품권을 사용한 뒤 현금영수증을 발급 받는 바람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던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혐의 사실이 충분하다고 판단, 해당 임직원들을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은성PSD의 상품권 구입 규모가 10억원에 달하는 만큼 대가성으로 상품권을 수수한 서울메트로 임직원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상품권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임직원 중 상당수가 현금으로 바꿔치는 수법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아 수사를 확대하면 뇌물수수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0억원 중 일부를 은성PSD 임원들이 가로챈 정황도 있어 횡령 혐의로 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뇌물수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서울메트로와 은성PSD 사이의 오랜 유착 의혹도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확인한 상품권 수수 직원은 본부장(1급)부터 말단 직원(9급)까지 다양했으나 4급 이상 고위 간부가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로 스크린도어 관리나 발주ㆍ계약을 관장하는 부서 소속으로 은성PSD 등 협력업체 관련 업무를 맡던 사람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업체들과 계약하면서 400억원대 손해를 입힌 정황을 확보한 만큼 구조적 비리를 밝혀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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