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10월부터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역상품권을 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연간 수조 원에 이르는 자금 역외유출을 최대한 억제해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겠다는 게 상품권을 발행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쇼핑ㆍ유통 패턴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소비시장에서 사용처가 제한되는 종이 상품권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
강원상품권 발행 규모는 연말까지 30억 원, 내년부터 200억 원이다. 이 상품권은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지역 화폐. 정식 명칭은 ‘강원(Gang Won)’으로 5,000원, 1만 원, 5만 원권 등 3종류로 발행한다. 유통과 관리는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가 맡는다. 강원도는 상품권이 유통되면 연간 4조원 규모 자금의 역외유출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가 밝힌 장밋빛 청사진과 달리 전망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발행 2개월을 채 남기지 않은 이날 현재까지 강원도가 확보한 상품권 가맹점은 단 1곳도 없다. 상품권 활성화에 필요한 첫 단추조차 잘 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커피숍이나 전통시장, 유통매장 등 생활경제 현장에서 강원상품권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아니다.
대기업 유통업체의 한 상품기획자(MD)는 “쇼핑과 소비방식이 온라인을 넘어 해외 직접 구매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처가 제한적인 상품권으로 경제활성화를 꾀한다는 것은 다소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종이상품권에 의존한 아날로그 식 전략보다 지역에 기반을 둔 IT업체와 연계, 휴대폰을 통한 특산물 선물하기나 기프트콘 등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품권 활성화를 위한다며 도가 관련 조례에 명시한 ‘각종 공사ㆍ용역ㆍ물품구매 등의 공고 또는 계약 체결, 행사·민간보조금 지급 시 상품권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고 한 부분도 악용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장’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공사 발주와 관리감독 기관인 공공기관의 요구를 업체 입장에선 쉽게 뿌리치지 못할 것이란 반응을 내놓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강원도 사회적경제과 관계자는 “말 그대로 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권장한다는 의미”라며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강원도가 구매를 압박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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