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9일째 16강전이 열린 11일 목동구장. 포철고와 마산고의 세 번째 경기에 앞서 초로의 신사가 마운드에 올라 익숙한 투구폼으로 시구를 하자 야구 관계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시구자는 봉황대기 역사의 산 증인인 강정일 부산체육고등학교장이었다. 그는 1972년 제2회 대회에서 마산고 투수로 봉황대기 첫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주인공이다. 40년 세월을 넘어 모교 후배들 앞에서 봉황대기 마운드에 다시 선 강정일 교장은 “감회가 새롭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야구를 그만뒀지만 봉황대기 역사에 동참했다는 것만으로 뿌듯한 일”이라고 말했다. 시타는 2016 미스코리아 미(美) 김민정이 맡았다.
앞서 열린 개성고와 선린인터넷고의 경기에서도 낯 익은 야구 원로가 목동구장을 찾았다. 김응용 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다. 그는 경기를 끝까지 관전한 뒤 그라운드까지 나가 승리한 개성고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했다. 김 사장은 개성고의 전신인 부산상고 출신이다.
이날 열린 16강전에서 군산상고는 인천고를 10-4로, 개성고는 선린인터넷고를 5-4로 제압하고 8강에서 만나게 됐다. 개성고가 전국대회 8강에 진입한 건 2011년 대통령배 이후 5년 만이다.
군산상고 10-4 인천고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파죽지세로 대회 첫 8강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군산상고는 1회초 시작하자마자 11명의 타자가 6안타 3볼넷으로 인천고 마운드를 맹폭해 6점을 뽑아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인천고도 2회 3점, 3회 1점을 내며 반격을 했으나 군산상고는 6-4로 앞선 8회 2점을 보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군산상고의 세 번째 투수 임지훈(2년)은 6⅓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개성고 5-4 선린인터넷고
돌풍의 팀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개성고의 집중력이 앞섰다. 개성고는 3-3으로 맞선 5회 4사구 3개와 내야안타 1개로 2점을 얻어 균형을 깼다. 마운드에선 세 번째 투수 송후섭(3년)의 5⅔이닝 무실점 호투가 빛났다. 지난해 11월 부임해 개성고를 전국대회 첫 8강에 올려 놓은 이승종 감독은 “4안타밖에 못 친 타선은 아쉽다”면서도 “8강에서 맞붙을 군산상고와는 지역 대회에서 한 번 만나 이긴 경험이 있는 만큼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고 6-4 포철고
마산고는 1회초 포철고 선발 김태현(2년)의 제구 난조에 편승해 안타 없이 볼넷만 4개를 얻어 2점을 선취했다. 4-1로 앞선 7회에도 4사구 2개와 내야 땅볼 2개로 2점을 보탰다. 포철고는 1-6으로 뒤진 7회말 3점을 내며 추격해봤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마산고 선발 임현욱(3년)은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잘 던져 8강 진출에 힘을 보탰다.
덕수고 14-0 광주동성고(8회 콜드)
경기를 거듭할수록 우승후보의 위용을 드러내고 있는 덕수고의 막강 화력이 불을 뿜었다. 덕수고는 6-0으로 이미 승부가 기운 8회에만 12명의 타자가 8점을 몰아치며 기어이 콜드게임을 만들었다. 덕수고 9번 정택준(3년)은 5타수 2안타 6타점, 3번 한정수(3년)는 5타수 3안타 5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발 김재웅(3년)은 7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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