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체가 설설 끓고 있다. 미 대륙과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이례적인 폭염이 들이닥치면서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인 가운데 올해는 또 다시 ‘역사상 가장 더운 해’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 지역이 연일 50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국가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2도시인 제다는 지난달 최고 기온이 52도까지 치솟았고,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와 쿠웨이트 미트리바 역시 지난달 22일 낮 기온 54도를 기록하면서 동반구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잇따른 폭염에 이라크 정부가 임시 공휴일을 선포한 가운데 전력 사용량 폭증으로 대부분의 가정이나 사무실은 하루 12시간 이상 단전을 겪는 실정이다.
중동 지역의 혹서에 난민 등 취약계층은 냉방 시설은커녕 제대로 된 생활 용수도 없이 위기에 처해 있다. 고향을 떠나 임시 대피소나 텐트에서 생활하는 난민들에게 더위를 잠재울 시원한 물은 상상조차 어렵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피해 바그다드 인근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아르칸 파르한(33)은 “공용 수도를 이용하다 장티푸스에 걸렸지만 열을 식히기 위해선 이 물로 아들을 목욕시킬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동 국가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폭염으로 인한 신음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1일 경북 영천시의 낮 최고 기온이 39도까지 오른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야마나시현도 39.2도를 기록하면서 8월 1~7일 사이 열사병으로 인한 환자가 6,500명을 넘어섰다.
미국의 경우 라스베이거스가 46도를 기록한 가운데 알래스카 마저 이상 고온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의 기온이 31도를 웃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7월에 발견되지 않던 야생 블루베리와 라스베리가 자라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의 더위는 특히 6월 툰드라 숲의 화재로 이산화탄소가 대규모 방출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그 여파가 원거리 지역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폭염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엘니뇨 등 국지적인 현상보다는 지구 온난화 가속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1~6월 세계 평균 기온을 분석한 결과 지속적으로 20세기 평균과 1도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역대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ㆍ나사)의 개빈 슈미츠 박사 역시 “고온 현상에는 일부 엘니뇨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1960년대 이후 기온 상승의 거의 모든 원인은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리며 지난해 12월 출범한 ‘파리기후협정’ 체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 각국은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목표에 합의했으나, 사실상 협정 출범 첫해부터 상한선을 코 앞에 두게 된 상황이다. 영국 레딩대학의 기상학자 에드 호킨스 교수 연구팀은 지난 2, 3월에 이미 세계 평균 기온 상승폭이 1.38도에 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NACR)의 벤 샌더슨 박사는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205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떨어뜨리면 겨우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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