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넘긴 나이와 관절염, 아무것도 그의 금빛 질주를 막지는 못했다.
미국의 크리스틴 암스트롱(43)이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폰탈에서 열린 올림픽 사이클 여자 도로독주에서 29.7㎞를 44분26초42에 달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사이클 종목에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미국 선수가 됐다.
역경을 딛고 이뤄낸 금메달에 암스트롱은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경기를 보러 온 다섯 살 아들 루카스 윌리엄 사볼라를 껴안으며 감동을 나눴다.
자신의 43세 생일을 하루 앞둔 이날 금메달을 딴 암스트롱은 올림픽 사이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는 경기 직후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그만둬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많은 선수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역경도 많았다. 사이클 수영 육상을 함께 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였던 암스트롱은 2001년 엉덩이 골(骨)관절염을 앓으면서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좋아하던 사이클만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2002년 지역 사이클 대회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낸 데 힘입어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도 출전했지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연습해 4년 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정상에 오른 그는 가정으로 돌아갔다. 2009년 결혼해 이듬해 아이를 낳으면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사이클을 멈출 수는 없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해 다시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당시 “런던올림픽까지 가는 길은 선수생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엄마가 됐다는 책임감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미국 아이다호 보이시의 한 병원에서 공중위생책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이날 비가 내리는 악천 후 속에서도 코피를 흘리며 사이클 페달을 밟은 그는 “나는 도전을 좋아한다”며 “가장 어려운 올림픽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기쁜 메달을 땄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 코스는 베이징이나 런던 대회 때와 비교해 경사가 가파르고 울퉁불퉁해 선수들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그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사이클에서 내려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는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현재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여성 선수들에 대한 처우개선 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지약물 복용으로 18개월 자격정지를 당했다가 올림픽을 일주일 앞두고 출전자격을 회복한 러시아의 올가 자벨린스카야가 44분31초97의 기록으로 암스트롱에 5초 뒤진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어 네덜란드의 안나 판데르브레헌이 44분37초80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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