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부터 여름철 생수 기부… 올해는 직접 얼린 냉수
“얼린 생수도 좋지만 그보다 마음이 고맙지예~”
기온이 섭씨 33도로 치솟은 11일 오전 10시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럭키아파트. 경비원 오동섭(73)씨는 경비실 앞에 놓인 작은 아이스박스에서 자연스레 얼린 생수를 꺼내 들었다. 한 모금을 마신 오씨는 “한 주민이 손수 가져다 놓은 생수”라며 “따뜻한 마음만 있는 게 아니라 시원한 마음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부산진구 부암동 럭키아파트에 한 입주민이 매일같이 직접 얼린 500㎖ 생수 30병 가량을 경비실 앞에 가져다 두고 있어 주변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사고 있다. 기부의 주인공은 이 아파트 주민 이재형(56)씨. 이씨는 지난달 말부터 아침 9~10시 사이면 어김없이 직접 얼린 생수를 가져다 경비실 앞 아이스박스로 옮겨 담는다.
이유를 묻자 이씨는 “별일 아닌데”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이씨는 “무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분들이 목이라도 축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가져다 놓고 있다”고 말했다. 경비실 창문에는 ‘집배원님, 환경미화원님, 택배기사님, 경비원님, 시원한 생수 드시고 힘내세요’라는 스티커도 붙어있다.
이씨가 여름철 생수를 가져다 두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 지난해와 다른 점은 올해는 얼린 생수라는 점이다. 이씨는 “올해는 유난히 더운 것 같아 밤새 냉동실에서 생수를 얼려서 갖다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생수를 사는데 보태라며 인근 신협과 안과에서 각각 10만원의 현금으로 보내왔고, 익명의 한 시민도 100여병의 생수를 아파트로 보내기도 했다. 이씨는 “큰 도움은 아니라도 마음을 이해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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