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레이스 와중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공화당 소속 상ㆍ하원 의원이 묵시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공생적 선거 운동’현상이 번지고 있다. 갖은 막말로 인기가 형편없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탓에 공백이 생긴 ‘중도ㆍ보수’ 표밭을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 경합주를 중심으로 공화당 현역의원들이 11월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공화당 상ㆍ하원 의원’식 ‘교차 투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트럼프 후보 대신 클린턴 후보와 운명을 함께 하는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공생적 선거운동의 대표 사례로 오하이오주 롭 포트만(공화) 상원의원 캠프를 지목했다. 포트만 의원은 오하이오주의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클린턴 후보 지지로 쏠린 것이 확인되자, 지난달 말 자신의 선거 운동원을 클린턴 유세행렬에 합류시켰다. 포트만 의원 운동원들은 클린턴 유세에 다니러 온 유권자들에게 포트만 의원이 트럼프 후보와 달리 합리적 보수라는 점을 각인키는 선거 운동을 펼쳤다.
WP는 “오하이오주에서는 대선 후보 지지율은 클린턴 후보가 5%포인트 앞서지만, 포트만 의원은 상원의원 대결에서 민주당 후보를 5% 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이어 켈리 아요테(뉴햄프셔) 의원처럼 트럼프 후보 때문에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경우도 있지만,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에서는 공화당 의원 후보들의 발빠른 변신으로 교차 투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클린턴 캠프도 공생적 선거운동의 효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이지만 트럼프 후보 때문에 이탈한 이른바 ‘클린턴 리퍼블리컨’이 이번 대선의 새로운 추세로 자리매김을 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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