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사진=KF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골짜기 세대라고 평가되던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브라질에서 작은 기적의 레이스를 이어갔다. 역대 처음 본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며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도전사에 새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이스타지우 마네 가힌샤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축구 C조 멕시코와 3차전에서 후반 31분 터진 권창훈(22ㆍ수원 삼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권창훈은 왼쪽 코너킥 상황에서 수비가 걷어낸 공이 박스 뒤에서 기다리던 자신에게 향하자 슈팅하는 척하다가 한 번 더 치고 들어가며 강한 왼발 슈팅으로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권창훈이 76분간 침묵했다고 할 정도로 부진하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왼발로 해결했다"며 "황희찬은 상대가 못 나오게 막은 스크린플레이로 도왔다"고 평했다.
내용이 썩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큰 무대에서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린 한국은 2승 1무(승점 7ㆍ골득실 +9)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신 감독은 "멕시코전 무실점 경기에 의미를 둔다"며 "8강에서 더 좋은 경기를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골짜기 세대(이전 세대에 비해 실력이나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뜻)라는 비아냥을 비웃듯 한국은 눈부신 역사를 쓰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조 1위로 8강에 올랐고 아시아 국가로는 첫 2회 대회 연속 올림픽 본선 8강 진출의 금자탑을 쌓았다. 앞서 한국 축구는 올림픽 8강 진출이 두 번 밖에 없었고 모두 조 2위였다. 가까스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던 선배 대표팀과는 경기 내용부터 달랐다. 독일 멕시코 등 강호들과 묶였음에도 화끈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조별리그 동안 한 번도 1위를 뺏기지 않았다. 이제껏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서 볼 수 없던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조 1위가 되면서 최상의 8강 대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아르헨티나 포르투갈이 포진한 D조에서 강력한 수비 축구로 8강에 오른 온두라스와 만나게 돼 새로운 대기록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의 전망을 한껏 밝혔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유일의 남자 구기 종목인 축구는 역대 3번째 2회 연속 4강 진출을 앞뒀다. 올림픽 축구가 23세 이하 출전으로 바뀐 1996 애틀랜타 이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단 두 팀만이 2회 연속 4강에 올랐다. 한국이 오는 14일 오전 7시 벨로 오리존치에서 치러질 8강 온두라스전에서 승리한다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온두라스와 역대 전적은 2승 1무로 한국이 앞서있으나 방심은 금물이다. 온두라스는 지역 예선에서 강호 미국을 격침시키며 본선에 합류했다. 본선에서도 예상을 깨고 8강에 올라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온두라스는 거친 수비 축구로 요약된다. 3-2로 이긴 알제리와 본선 1차전에서 온두라스는 볼 점유율이 42:58로 밀렸지만 알제리보다 14개나 많은 반칙(24개)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수비 뒤 역습 전략이 가능했던 건 남다른 골 결정력이 뒷받침됐다. 알제리가 주도권을 잡고 28개의 슈팅을 날리는 동안 온두라스는 단 9개의 슛으로 3점을 넣었다. 포르투갈과는 난타전을 벌여 1-2로 패했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는 다시 빗장 수비 축구로 전환해 1-1로 비기며 골득실에서 앞선 조 2위로 8강에 턱걸이했다. 한국에게는 행운이었다. 두 팀은 1승 1무 1패로 승점이 같았으나 골득실에서 0의 온두라스가 -1의 아르헨티나를 따돌렸다.
신 감독은 "온두라스는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를 통해 경험한 상대로 좋은 팀"이라며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온두라스도 우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8강에서 좋은 경기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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