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의‘독립군 나무’가 광복절을 앞두고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이 나무는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다. 수령 350년으로 키 20m, 둘레 10m의 노거수(老巨樹)다.
영동군보호수(43호)로 지정된 이 나무는 원래 각각 떨어진 두 그루의 나무지만 서로 붙어있어 멀리서보면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인다.
이 나무에 독립군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나무가 일제강점기 독립 운동에 실제로 기여한 데서 비롯됐다.
충북 영동은 서울과 남부지방을 잇는 중요 길목이다. 때문에 전국 규모의 독립운동을 펼치려면 일제의 감시를 피해 이곳을 통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독립운동가와 마을 사람들은 궁리 끝에 이 나무를 이용하기로 했다. 나뭇가지에 헝겊 등을 묶어 암호를 표시한 것이다. 거대한 이 나무가 먼 곳에서도 눈에 짤 띄어 가능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일제의 감시 상황 등을 나무에 헝겊을 걸어 알렸고 독립투사 들은 이를 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3.1운동 때 이 나무는 서울에서 남부지방으로 독립 열기를 전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광복 이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독립군 나무’ ‘독립투사 느티나무’로 불렀다.
주민 전점식(67)씨는 “마을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 나무가 나라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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