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십자인대 파열
8개월간 달리기 훈련도 못 해
의료진ㆍ스승들이 칼 못잡게 설득
기초 체력에 집중 회복 이끌어
“하늘이 준 메달이다.”
박상영(21ㆍ한국체대)의 7전8기를 지켜본 김병수 한국체대 체육학과 조교는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상영이가 메달을 딸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큰 일을 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재활 훈련 1년 반 동안 김 조교에게 가장 많이 의지해 왔다. 그는 이날 리우올림픽 에페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 “귀국하면 김 조교님께 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박상영이 짜릿한 ‘뒤집기 쇼’로 한국 에페의 새 역사를 쓰기 전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이 김 조교의 설명이다.
무릎부상으로 훈련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박상영은 태릉선수촌을 빠져 나와야 했다. 학교와 병원이 오롯이 ‘박상영 살리기’에 몰두했다. 시간은 부족한데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을 박상영을 설득한 건 김 조교다. 어떻게든 칼을 쥐고 싶어하는 제자를 억누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인내가 되레 약이 됐다. 김 조교는 “상영이는 승부욕이 엄청 나다. 몸이 다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서면 부상이 재발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해 무조건 칼을 잡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상영은 기초체력을 쌓는데 집중했고, 지난해 12월 중국 전지훈련에서야 칼을 쥐었다.
실전의 날. 박상영의 왼쪽 무릎은 완전무결 상태로 회복돼 있었다. 무릎이 아프지 않으니 다시 잡은 칼은 손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박상영의 수술과 재활을 책임진 송준섭 서울제이에스병원 원장 역시 “선수가 한번 수술을 받으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경우도 많은데 기어코 올림픽에 출전하고 말겠다는 열정과 간절함이 금메달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감격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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