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밀월관계 예고]
김재원 수석 예방 박 대통령 축하난 전달
이정현 “청와대에 맞서는 것이 정의인 양
생각한다면 여당 의원 자격 없어”
김재원 “신임 대표에 기대 크다” 화답
“남은 임기 1년 6개월은 긴 시간”
이 대표, 박 정부 마무리에 방점
조기 대선국면 대신 속도조절론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당선으로 당ㆍ청 관계에 순풍이 일 것이란 예고는 정확했다. 8ㆍ9전당대회 다음날인 10일 이 대표는 ‘당ㆍ청 밀월’을 확인해주듯 정부를 뒷받침하는 '여당 역할론'을 피력했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려 이 대표를 예방, 박근혜 대통령의 축하난을 전달했다. 김 수석은 "이 대표가 당선되니 많은 분들이 행복하게 생각한다. (이 대표의 당선은) 잠자는 호랑이의 아가리를 돌리고 생 이빨 두 개를 뽑는 거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고 덕담했다. 과격한 표현이 들어간 유별난 강조였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화답했다. "야당과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도 했다. 비판ㆍ견제가 가능한 수평적 당ㆍ청 관계를 외쳤던 다른 당대표 후보군과는 결이 다른 ‘백업 여당’을 강조한 셈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김 수석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선 대통령과 직접 하겠지만, 대다수 사안은 정무수석을 귀찮게 하겠다"며 “밤 늦게까지 일하는 올빼미 스타일이라서 새벽 1,2시에 전화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수석은 예방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신임 대표에 기대가 크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신임 지도부는 총선 참패에서 보듯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하고,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양대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조기 대선 국면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에 방점을 찍으며 속도조절론을 내세웠다. 이 대표는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뒤 '대선 관리 계획'을 묻는 취재진에게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고, 굉장히 긴 시간"이라며 "(차기) 대선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당장의 국가 국민 민생 경제 안보 등 본래 책무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은 예견된 정치 일정 중 하나"라며 "이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당 차원에서 충분하고 세심하게 뒷받침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11일 신임 지도부를 초청해 갖는 청와대 오찬은 향후 당ㆍ청 관계의 방향과 밀도를 보여줄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2014년 7ㆍ14 전당대회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등 당시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했고, 김 전 대표는 "우리는 '풍우동주'(風雨同舟ㆍ비바람 속에 한배를 탄 사이)"라고 말했다. 수직적 당ㆍ청관계를 소통ㆍ협력의 건강한 수평관계로 가져가겠다는 뜻이었지만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표에게 “일을 잘 하기 위해 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해, 당 대표 시절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를 시사했다. 이번 청와대 오찬 회동에는 이 대표와 조원진 이장우 강석호 최연혜 유창수 최고위원,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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