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자사고 교장들
“학생이 자소서 제출 시점 선택”
학부모 “면접자만 받도록 해야”
장장 6개월을 끌어온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자기소개서 제출 시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간 협의가 결국 졸속 합의에 그쳤다. ‘학생의 선택에 맡긴다’는 게 골자인데, 실상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책임을 떠넘긴 꼴이 됐다.
10일 이종배 서울시교육청 교육혁신과장은 “자사고 지원 학생의 추첨 전 자기소개서(자소서) 제출 의무를 없애기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와 최종 합의했다”며 “올해부터 학생 재량에 따라 온라인 접수기간에 낼 수도, 1단계 추첨 전형 이후에 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올해 3월 추첨 전형 합격자만 자소서를 내도록 한 ‘2017년도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자사고들이 모든 지원자의 자소서를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이 과장은 “자사고 신입생 선발 공고 최종 시한(10일)을 앞두고 학생 선택권을 폭넓게 인정한 자사고 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떠넘긴 무책임 합의라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학생들의 자소서 등록 시점을 자사고에서 파악할 수 있는 현행 온라인 신입생 모집 시스템을 감안하면, 면접 전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학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소서 사전 제출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서울 금천구 세일중 1학년 학부모 대표 김희정(42)씨는 “말이 선택이지 나라도 아이에게 자소서를 미리 제출하게 것 같다”며 “추첨으로 뽑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자소서를 쓰면서 학생은 기대감을 키우게 마련이고 탈락하면 충격도 크다”고 항변했다. “면접 대상자에게만 자소서를 받도록 교육 당국이 강제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도 “불이익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자소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사고에 사실상 더 유리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자사고의 ‘일반고 우수생 빼가기’ 논란도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자사고들이 온라인 접수기간에 받은 자소서를 보관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진 우수 학생들을 파악한 뒤 편입학 시기에 따로 연락해 데려간다는 의혹이 수 차례 제기돼 왔다. 실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자사고는 인근 일반고의 우수 학생들을 편법 편입학 시켰다가 시교육청의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본보 4월 6일자 12면). 서울 지역 한 일반고 교장은 “자사고가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에게 올 의향이 있냐고 물은 뒤 빼가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권경성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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