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포화 지연 운항 일상화
여름 휴가철 이용객 불편 심화
목적지 대신 인천공항 가기도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제주국제공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제주공항 활주로 수용 능력이 한계치를 넘어서면서 항공기의 지연 운항이 속출,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인 지난 달 1일부터 이 달 7일까지 제주공항에 뜨고 내린 항공기 1만8,200편 가운데 4,812편이 지연 운항했다. 지연율이 26.4%에 이른다. 지연 운항은 예상 출ㆍ도착 시간보다 실제 이ㆍ착륙 시간이 30분 이상 늦어질 때를 말하는 것으로, 30분 이내 지연 운항 횟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체감하는 비정상 운항률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처럼 지연운항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제주공항 활주로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은 하루 평균 500여편의 항공기가 오가고, 이용객이 몰리는 황금시간대는 1분40초마다 항공기가 이ㆍ착륙하고 있다. 때문에 항공기 1편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항공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줄줄이 20∼30분쯤 지연 운항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밤 시간대 제주공항에서 지연 출발하는 항공기 중 원래 목적지가 아닌 인천공항에 착륙해 탑승객을 당황하게 만드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김포ㆍ김해공항인 경우 소음문제 등으로 야간항공기 운항을 통제하는 ‘커퓨타임(Curfew Time)’인 밤 11시 이전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항공기가 제주에서 지연 출발해 이 시간을 넘길 경우에는 24시간 운항공항인 인천공항으로 기수를 돌려야 한다. 결국 인천공항에 내려 육로를 통해 원래 목적지로 가게 되면 가까운 해외노선 소요시간 보다 더 걸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실제 지난 달 1일부터 이 달 7일까지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김포ㆍ김해공항행 항공기 61편이 야간 운항 금지시간을 넘겨 인천공항에 내렸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수용능력을 늘리기 위한 제주공항의 인프라 확충 사업이 반복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이용객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포화상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데 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제주공항 단기 인프라 확충 타당성 평가(최종 수정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공항의 여객처리능력이 2,589만명 수준이지만, 지난해 제주공항 여객수송 실적은 2,623만명에 이르는 등 이미 포화 상태다. 또한 단기 인프라 확충 사업이 2018년 완공돼 여객처리능력이 3,100만명으로 확대되더라도 또 다시 포화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따라 추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제주 제2공항이 완공될 때까지 포화상태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토부의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의 항공수요예측에 따르면 2019년 여객수요는 3,29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단기 인프라 확충 사업에 따른 수용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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