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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진정한 가치 세계에 알리고 싶은 돈키호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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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진정한 가치 세계에 알리고 싶은 돈키호테입니다”

입력
2016.08.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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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서 8년째 태권도페스티벌

김경원 전미태권도재단 이사장

전미태권도교육재단이 지난 6월 24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개최한 맨해튼 태권도페스티벌 참가 초등생들이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전미태권도교육재단 제공
전미태권도교육재단이 지난 6월 24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에서 개최한 맨해튼 태권도페스티벌 참가 초등생들이 발차기 시범을 보이고 있다. 전미태권도교육재단 제공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는 지구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입니다. 전광판 광고비가 초당 1억원이나 하는 이곳에서 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수천명의 소년 소녀들이 우렁찬 기합소리에 맞춰 함께 발차기하는 광경을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김경원(58ㆍ사진) 전미태권도교육재단(USTEF) 이사장은 “맨해튼 태권도페스티벌을 8년째 열고 있는 돈키호테”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교포 4만명이 사는 보스턴 한인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김 이사장은 내년 6월 무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대회 협의를 위해 10일 전북을 방문했다.

“타임스스퀘어는 하루 사용료가 7만5,000달러나 되지요. 세계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규모의 행사라 한국 정부, 또는 국기원 등 태권도 단체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실제론 나 혼자 비용을 대며 행사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김경원 전미태권도교육재단 이사장/2016-08-10(한국일보)
김경원 전미태권도교육재단 이사장/2016-08-10(한국일보)

지난 6월 24일 열린 올해 페스티벌에는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켄터키주 등지의 50여개 학교에서 3,00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참가했다. 광장에는 부모와 관광객 등 1만5,000여명이 몰렸다.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15분 간격으로 50~100명씩 출연해 격파와 품새, 태권댄스 등의 시범을 보였다. 다국적 기업들의 광고가 번쩍거리는 전광판 밑 광장이 태권도복과 태극기 물결로 종일 뒤덮였다.

김 이사장이 이처럼 큰 비용을 써가며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은 ‘태권도의 진정한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태권도는 예의로 시작해 예의로 끝마치는 스포츠라 인성교육에 안성맞춤이지요. 개인보다 공익을 앞세우고 어른을 공경하고 인내심을 길러줘 인종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시민정신을 함양하는데 최고의 수련입니다.”

태권도 공인 8단인 김 이사장은 전북 부안 출신이다. 정부 파견 사범으로 활동하던 큰 형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중ㆍ고교와 군(당시 상무대) 선수생활을 거쳐 22세에 태평양을 건너갔다. 초기엔 공사장과 채소시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태권도인 중 하나로 성장했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3개 도시에서 대형 도장을 운영 중이다. 스프링필드시에 있는 본 도장은 규모가 7만여㎡나 된다. 태권도장뿐만 아니라 축구장, 농구장, 수영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사범을 포함해 직원이 100여명에 이른다.

김 이사장은 “미국의 경우 태권도 수강생이 10년 전에 비해 40~50% 줄어들 정도로 열기가 서서히 식고 있다”며 “공립학교의 정규 과목 프로그램에 포함하는 ‘태권도 공교육화’가 앞으로의 과제”라고 말했다. 팀워크를 중시하고 타인을 위한 배려, 봉사 정신을 강조하는 태권도의 교육 효과를 미 교육당국이 실감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미국에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이사장이 운영하는 전미태권도교육재단은 현재 600여개 공립 초등학교에서 정식 교과목으로 태권도를 가르친다. 체육수업 1년 32시간 중 30% 정도 태권도 교육을 한다.

김 이사장은 “어떤 힘든 일도 성공으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긍정의 마인드가 성공의 동력이 된 것 같다”며 “더 나이 들어도 색 바랜 도복을 입고 어린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영원한 태권도 그랜드 파파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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