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에 국적증서
“마흔 살에야 비로소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숙청된 사실을 알게 돼 역사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적을 받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송잔나(58ㆍ여ㆍ러시아)씨는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국적증서를 받은 뒤 “고국에 대한 깊은 정을 느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송씨는 1920년 중국 간도에서 3ㆍ1운동 1주년 시위를 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들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이원수(1902~38) 선생의 외손녀. 그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외조부의 공로를 들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돼 98년부터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스탈린 시대 고려인 문제를 다뤄 박사학위를 받았고,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동방학부 한국어학과 교수가 됐다.
제7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법무부는 이날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을 열고 송씨 등 조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부여했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자 의병대를 일으켜 경기도 일대에서 항일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허위(1854~1908) 선생의 후손 8명과 러ㆍ일전쟁 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 조직을 논의하며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을 역임한 최재형(1860~1920) 선생의 후손 8명, 을사늑약 무효화를 선언하기 위해 이상설ㆍ이준 열사와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세계평화회의에 참석했던 특사 이위종 선생 후손 2명 등 총 38명이 국적증서를 받았다.
이들은 정부 훈장 및 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로, 국적법 제7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특별귀화허가를 받았다. 허위 선생의 외증손 키가이 이고리(54ㆍ러시아)씨는 “일본의 식민지배 때문에 할아버지가 조국을 떠나야 했는데 지금 그 후손 자격으로 조국에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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