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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입력
2016.08.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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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에 국적증서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이끈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이 선서하고 있다.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독립유공자 후손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이끈 최재형 선생의 후손들이 선서하고 있다.

“마흔 살에야 비로소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숙청된 사실을 알게 돼 역사에 깊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 대한민국 국적을 받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송잔나(58ㆍ여ㆍ러시아)씨는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국적증서를 받은 뒤 “고국에 대한 깊은 정을 느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송씨는 1920년 중국 간도에서 3ㆍ1운동 1주년 시위를 하기 위해 태극기를 만들다 체포돼 옥고를 치른 이원수(1902~38) 선생의 외손녀. 그는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외조부의 공로를 들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돼 98년부터 역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스탈린 시대 고려인 문제를 다뤄 박사학위를 받았고,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 동방학부 한국어학과 교수가 됐다.

제71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법무부는 이날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을 열고 송씨 등 조국을 위해 헌신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부여했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자 의병대를 일으켜 경기도 일대에서 항일 무장 독립운동을 이끈 허위(1854~1908) 선생의 후손 8명과 러ㆍ일전쟁 이후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 조직을 논의하며 임시정부 초대 재무총장을 역임한 최재형(1860~1920) 선생의 후손 8명, 을사늑약 무효화를 선언하기 위해 이상설ㆍ이준 열사와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세계평화회의에 참석했던 특사 이위종 선생 후손 2명 등 총 38명이 국적증서를 받았다.

이들은 정부 훈장 및 포장을 받은 독립유공자의 후손들로, 국적법 제7조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특별귀화허가를 받았다. 허위 선생의 외증손 키가이 이고리(54ㆍ러시아)씨는 “일본의 식민지배 때문에 할아버지가 조국을 떠나야 했는데 지금 그 후손 자격으로 조국에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10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10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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