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소원한 탓 뒤늦게 발견
부산 경찰 “한 달 이내 사망” 추정
다섯 식구나 함께 사는 연립주택 방안에서 숨진 60대 아버지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될 때까지 방치되다가 뒤늦게 발견됐다.
10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9일 오후 6시 23분쯤 부산 사하구의 한 연립주택 자신의 방에서 이모(65)씨가 옆으로 누운 채 숨져있었다. 이씨의 시신은 부인 김모(61)씨로부터 “남편의 방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연락을 받고 이 집을 찾은 김씨의 오빠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조사결과 이씨가 숨진 방안에는 불상이 놓여있었고 가재도구가 어지럽게 널려있었지만 시신에서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은 매우 부패한 상태였다. 검안의는 “시신 상태로 보면 한달쯤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이지만 날씨가 더워 사망시기가 정확하지 않다”는 소견을 보였다.
이씨의 가족들은 “아버지가 올해 초 126살까지 살 수 있는 기도를 하겠다며 단식을 선언했다”며 “아버지가 평소 무당을 자주 찾았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단식기도 중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으며 식사는 두 딸이나 아내 김씨가 끼니 때마다 이씨의 방문 앞에 놓아두는 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씨는 단식을 선언한 이후 장기간 식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이상 징후를 일찍 판단하지 못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시신 발견이 늦었던 이유를 복잡한 집 구조와 소원한 가족관계 탓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연립주택이지만 이씨와 아들이 한 공간에, 아내 김씨와 두 딸은 독립된 공간에 살고 있었다. 이들은 각각 다른 현관문으로 각자의 공간으로 출입했다. 또 이씨와 아들은 서로 다른 방을 쓰고 있었고 아들 역시 방 밖으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아들은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매우 안 좋아 외출을 삼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이씨가 평소 술에 취해있을 때가 많았고 술버릇도 좋지 않아 집에서도 접촉을 꺼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들 가족은 평소 이웃과도 단절된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결과 타살 가능성은 낮지만 가족들을 상대로 신고가 늦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며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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