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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금메달이 기적일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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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금메달이 기적일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입력
2016.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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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영(왼쪽)/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차마 내 입으로 힘들다는 걸 말하지 못했었는데 그 어려운 걸 해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최병철 KBS 펜싱 해설위원은 박상영(21ㆍ한국체대)의 기적 같은 대역전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1점을 남겨두고 같이 찌르면 끝나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헝가리의 42세 베태랑 제자 임레를 15-14로 꺾었다. 10-14까지 밀려 패색이 짙던 순간 기적이 연출됐다. 경기 막판 엄청난 집중력으로 단숨에 5점을 얻으며 승리했다.

최 해설위원은 세계랭킹 21위 박상영의 깜짝 금메달에 대해 "에페에서 이게 말이 되나. 그냥 기적"이라며 "사브르나 플뢰레였다면 그래도 가능성이 있는 거였지만 에페는 힘들었다. 교과서였으면 안 되는 것이다. 영리하게 상대 칼을 제압하고 찌른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에페는 동시타를 1000분의 40초 이하로 기록하면 똑같이 1점을 나눠가지는 방식이어서 상대가 같이 찔러 1점만 얻었어도 패하는 상황이었다. 벼랑 끝에서 5점을 연속으로 올렸다는 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적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 겪은 세계랭킹 3위이자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임레를 상대로 한 대역전극이다. 조종형 펜싱 국가대표팀 총감독은 "솔직히 나도 막판에는 포기했다. 10-14에서 뒤집을 거라고 어떻게 상상을 했겠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랭킹만 보면 박상영은 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선수였다. 결정적인 원인은 2015년 3월 받은 왼쪽 무릎 십자인대수술 때문이다. 그해 12월부터 다시 펜싱 훈련을 시작했으나 올해 초 부상 후 처음 치른 국내 무대에서 허무하게 패하며 이제 박상영은 끝났다는 얘기까지 들어야 했다. 그래도 그의 인생에 포기란 단어는 있을 수 없었다. 한동안 시합을 못 뛴 탓에 세계랭킹이 많이 떨어졌지만 올림픽까지 남은 3∼4개월 재활을 잘 견뎌냈다.

세계랭킹 19위 파벨 수호프(러시아)와 첫 경기를 15-11로 승리한 박상영의 최대 고비는 16강전이었다. 랭킹 2위에 빛나는 엔리코 가로조(이탈리아)를 잡았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8강과 4강은 더 쉬웠다. 8강에서 10위 막스 헤인저(스위스)를 15-4로 물리쳤고 준결승도 13위 벤자민 스테펜(스위스)을 15-9로 꺾었다.

박상영은 경기 뒤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첫 금메달이 정말 기쁘다"며 "그냥 전략 없이 세계인의 축제에 걸맞게 즐겁게 했다. 잘 견뎌준 무릎이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펜싱 대표팀 막내인 박상영은 경남 진주제일중학교 2학년 때 펜싱을 시작했다. 공부를 잘하던 박상영이 갑자기 펜싱을 하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심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몰래 밤늦게까지 훈련하고 들어오는 아들의 집념을 꺾을 부모는 없었다. 이에 보답하듯 박상영은 중학교 3학년 전국대회 4관왕 및 고교 시절 체전 연패와 2관왕, 세계청소년선수권 개인전 금메달 등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박상영이 이를 더 악물 수밖에 없었던 데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도 한몫을 했다. 박상영은 펜싱을 처음 시작한 중학교 재학 당시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보호구, 펜싱복 등 비싼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펜싱 종목의 특성상 박상영은 때론 자기에게 맞지 않는 선배 것을 물려받아 써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렸다. 박상영의 펜싱 입문을 도운 현희 제일중 코치와 정순조 경남체육고교 감독이 발 벗고 나섰다. 현 코치는 학교의 장비 지원을 끌어내 박상영이 펜싱 선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왔다. 경남체고 2학년 때는 오른쪽 무릎 연골이 찢어진 뒤 매달 100만원 이상의 치료비가 들었을 때도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박상영의 어머니 최명선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집안 사정이 안 좋아 상영이를 위해 해줄 게 없었다"면서 "해줄 게 기도밖에 없어 두 달 전부터 108배 기도를 올렸는데 이렇게 금메달을 따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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