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대만 TSMCㆍ美 인텔
상반기 대비 설비투자액 ‘더블’
고성장 예상 메모리 분야에 집중
中업체 성장에 선제 대응 측면도
전 세계 3대 반도체 업체가 하반기 공격적인 설비 투자에 나선다. 빅데이터 산업 등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의 하반기 설비 투자액은 총 200억달러(약 22조1,200억원)로, 상반기 105억달러(약 11조6,100억원)보다 90%나 늘어날 전망이다. 인텔과 삼성전자, TSMC는 1분기 기준 종합 반도체 기업 1~3위다. 이는 메모리와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 위탁 생산업체(파운드리) 등을 모두 포함해 매긴 순위다.
시설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하반기에 상반기(34억달러)보다 120%나 늘어난 75억6,000만달러(약 8조3,96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TSMC도 상반기보다 92% 증가한 65억7,000만달러(약 7조3,000억원), 인텔도 상반기 대비 61% 증액된 58억5,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가 하반기에 집중된 것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경기 평택시에 15조6,0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단지의 가동 개시 시점을 내년 초로 잡고 있어 올 하반기 중 대부분의 설비를 들여와야 한다. 업계에서는 평택 단지가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주로 양산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인기와 대용량 저장장치가 필요한 빅데이터 산업의 빠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3D 낸드플래시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최강자로 종합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텔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로 눈을 돌리고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10월 35억~55억달러를 투입, 중국 랴오닝성 다롄 공장을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로 개조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롄 공장은 최근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응용프로세서(AP) 생산 라인 증설에 중점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3의 투자는 중국 업체들의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강하다. 중국은 2025년까지 모바일과 통신 장비에 쓰이는 반도체 중 각각 40%와 80%를 국산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보기술(IT)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정부의 지원 아래 국영 반도체 기업 우한신신을 인수하기도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아직 삼성전자 등 선두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이 성장하기 전에 기술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큰 상태”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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