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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길 위의 분노

입력
2016.08.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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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락을 따라 흘러내린 서울성곽이 사직터널 위에서 100m 정도 끊겨 있다. 무더운 날에는 공기의 흐름을 막고, 한겨울에는 칼바람을 벼르는 빌라들이 빼곡 들어선 곳. 빌라와 구립어린이집 앞으로는 인왕 스카이웨이로 이어지는 찻길이 있는데,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시속 20㎞로 속도 제한을 받는다. 그렇지만 그 길에서 차들은 우리를 뛰쳐나온 맹수처럼 달린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들과 만나면 멈추거나 후진해야 하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서이다. 속도를 지키라는 여러 개의 푯말은 있으나 마나이다. 무섭게 달리는 차에 사람이 치일 뻔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던 나는 그처럼 달리는 차들을 매섭게 노려보곤 하지만, 운전자들은 하나같이 가속 페달을 밟을 뿐이다. 아이를 보고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는 차 앞을 내가 반사적으로 막아선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로드킬을 당한 동물은 또 얼마나 많은지!

나는 어느 날 미친 듯이 달려오는 차 앞으로 재빨리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였다. 시속 20㎞임을 상기시키기 위한 가장 빠르고 시각적인 행동이었다. 그때 운전석의 남자는 가관이었다. 마치 내가 미국식으로 욕이라도 한 것처럼 멈춰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던 것.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밖으로 내밀고 길길이 날뛰는 그의 차를 뒤따라오던 차들이 밀고 갈 듯이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면, 무슨 봉변을 당했을지 모르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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