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 얽힌 계획적 범행 가능성
한센인 반대로 경찰 상주 못해
“한센인 마을이 조성된 지 100년이 됐지만 이 같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은 처음 인 것 같다.”
한센인을 위해 조성된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 주민 2명이 숨졌다. 소록도에는 치안센터 1곳이 있지만 근무인력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9일 흉기를 휘둘러 남녀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오모(6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오씨는 이날 오전 4시 45분쯤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서 천모(65)씨와 최모(60·여)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날 새벽 오씨가 최씨의 집을 찾아 1차 범행을 하고 이어 천씨를 찾아가 2차 범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씨는 범행 뒤 천씨의 집 현관에서 흉기로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천씨와 최씨는 평소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이 삼각관계로 평소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오씨가 치정에 얽힌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중이다. 경찰은 천씨 집에서 크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다.
오씨는 1960년대 소록도병원에서 퇴원하고 다른 지역 한센인 정착촌을 전전하다가 2010년 다시 소록도에 들어왔다. 살해된 천씨는 2015년, 최씨는 2013년 소록도병원에 입원, 마을에서 함께 살았다. 서로를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가는 한센인들이지만 조그만 마을에 함께 살다 보니 갈등은 종종 발생했다.
그러나 한센인 마을의 특성상 이들의 갈등은 외부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분쟁이 발생해도 원생자치회가 자체 해결하는 폐쇄적 구조 때문이다. 치안센터도 1곳이 있지만 근무인력은 없는 상태다. 사실상 치안 공백 상태에 있었다. 한때 치안센터 확대 방안도 논의됐으나 한센인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 사건으로 한센인 마을 거주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소록도병원자치회 관계자는 “특수한 상황속에서도 서로 각별히 의지해온 주민들간에 이런 비극이 생겨 안타깝다”며 “이를 계기로 경찰과 군청이 마을 치안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록도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41년, 1942년 두 차례 살인사건이 발생했으나, 두 사건 모두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등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 강했다.
고흥=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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