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이 9일 한국 경제가 향후 장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강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제17차 국제학술대회에서 참석한 그는 ‘2016년 아시아 국가 주요 경제과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은 인구구조 문제로 수 년 뒤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의 절대인구가 생산가능인구를 중심으로 줄고, 노인 빈곤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 3%를 밑돌면서 저성장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해외에서 볼 때 3% 경제성장은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다”라며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가까운 선진국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성장률이 7∼8%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국내 제조업은 이미 발전한 만큼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세계 교역 증가율이 성장세를 웃도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수출에서만 답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당면한 주요 과제로 ▦세계교역 감소 ▦급격한 자본유출입 ▦소득불평등 심화 ▦성장 정체 ▦중국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지목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들은 장기 저성장ㆍ저물가 국면에서 벗어나기 위해 양적완화 부양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도 이런 상황에 진입하기 전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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