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1ㆍ미국)가 통산 19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동양 의술인 ‘부항(Cupping)’이 리우올림픽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펠프스를 필두로 미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 일부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부항의 효과를 극찬하고 나섰지만, 서양 언론들은 일제히 “의학적 효과가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부항의 효과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의 수영 선수 왕쿤이 사용한 이후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몇몇 아시아계 선수들의 독특한 치료법으로만 이해되며 거의 잊혀져 가던 부항이 리우올림픽의 이슈로 떠오른 것은 펠프스가 지난 8일(한국시간) 올림픽 남자 계영 400m에 출전, 미국팀(3분9초92)을 이끌며 금메달을 따낸 이후부터다. 펠프스는 경기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부항을 뜨는 사진과 함께 “부항에게 고맙다”는 글을 게시했고, AP통신은 이에 대해 “부항 덕분에 펠프스가 31세 나이에 5번째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펠프스의 부항 사랑이 알려지면서 다른 미국 올림픽 선수들의 부항 애용도 뒤늦게 화제가 됐다. 미국의 남자 기계체조 선수인 알렉산더 나두어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왼쪽 어깨에 붉은 색 부항 자국을 뜬 사진을 올렸다. 앞서 나두어는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연습 후 지친 몸을 부항으로 달랠 수 있다”며 “지난 시간 컨디션을 좋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다른 치료에 돈을 많이 들였지만, 부항만큼 좋은 건 없었다”고 부항이 효과를 극찬했다. 미국 여자 수영선수 나탈리 코플린도 부항 치료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런던올림픽 수영 여자 계영 400m 동메달리스트인 코플린은 과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체에 부항 자국이 남은 것을 공개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 선수들의 부항 사랑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소식을 다루는 외신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기네스 펠트로나 제니퍼 애니스톤과 같은 유명인이 사용해 유명해진 부항이라는 의료 행위의 효과를 완전히 믿기 힘들다”며 “일부 연구에서 여드름이나 안면마비 증상 같은 것에 잠재적 의학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하지만 운동선수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앞서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의 NBC도 “부항 치료의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바로 자국인데 대개 2주 정도 그 흔적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의학적) 효과를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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