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연/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 펜싱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작은 기적을 창조했다. 별로 주목 받지 못하던 변방의 나라에서 금메달 2개ㆍ은메달 1개ㆍ동메달 3개를 휩쓸어갔다. 신흥강호로 떠오른 한국 펜싱은 이후 집중 견제와 분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후유증이 4년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나타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우 올림픽에 참가중인 한국 펜싱은 지난 7일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4년 전 1초 오심에 울었던 신아람을 비롯해 최인정 강영미가 메달에 도전했지만 전원 16강 벽을 넘지 못한 채 주저앉았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 출전한 허준도 32강에서 맥없이 꺾였다.
불안감은 8일로 이어졌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김지연과 서지연 황선아가 나섰으나 똑같은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김지연만이 16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는 32강조차 넘기에 버거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단 한 명의 4강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하며 새로운 효자종목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결정적인 원인은 한국 펜싱의 급부상을 이끌었던 주요 패턴들이 간파를 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년 전 한국은 다소 생소한 '발'펜싱으로 힘과 기술을 앞세운 유럽 강호들을 당황케 하며 연전연승을 했지만 4년 뒤 그들에게는 강력한 면역력이 생겨있었다. 그 결과 홍콩 신예에게 진 허준을 제외한 7명 중 6명이 유럽 선수들에게 발목을 잡혔다.
대회 전 발펜싱 즉 스피드만으로는 런던의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명진 여자 플뢰레 코치는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런던 때는 훈련량이 엄청 났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유럽이 우리를 분석한 상태라 한계가 있다. 가속도가 제어되지 않으면 단조로운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손기술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 사브르 간판인 구본길 역시 "런던에서 좋은 성적을 내 견제가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발과 손을 같이 훈련하면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발펜싱에 맞서는 유럽세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센 것으로 드러났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발펜싱의 한계를 직접 목격한 선수들이 대비책을 강화해 재차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9일부터 정진선 박경두 박상영이 남자 에페 개인전에 출전한다. 10일에는 여자 플뢰레의 전희숙과 남현희, 남자 사브르의 김정환과 구본길이 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정환과 구본길은 유력한 메달 후보여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충분히 훈련해왔듯 스피드에 손기술이 제대로 어우러져 발휘된다면 아직 실망하기는 이른 단계다.
끈끈함이 무기인 단체전 역시 메달 가능성이 여전하다. 11일 여자 에페, 13일 여자 사브르, 14일 남자 에페 단체전이 전개되는데 비록 개인전에선 쓴 맛을 봤지만 김지연을 앞세운 여자 사브르의 명예회복이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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