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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댄 워즈’의 익스트림 "한국 팬이 가장 열정적인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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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댄 워즈’의 익스트림 "한국 팬이 가장 열정적인 팬"

입력
2016.08.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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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딴 따 단~” 어쿠스틱 기타를 한 줄, 한 줄 사뿐히 튕겨 내는 감미로운 선율에 쉼표처럼 기타 몸통을 가볍게 치며 “탁” “탁” 내는 소리가 익숙하다. 1990년대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린 록밴드 익스트림의 히트곡 ‘모어 댄 워즈’다.

반전이 있다. 2015년 5월4일 미국 NBC의 유명 토크쇼인 ‘투나잇쇼’. ‘모어 댄 워즈’ 뮤직비디오를 튼 줄 알았더니 곡 첫 소절 ‘세잉 아이 러브 유’를 부르는 목소리가 둔탁하다. 뮤직비디오 속 카메라가 잡은 주인공은 할리우드 스타인 잭 블랙. 그는 1990년대 로커들 사이 유행했던 긴 퍼머 머리 가발을 쓰고 ‘모어 댄 워즈’를 불렀다. 머리를 어깨 쪽으로 45도 정도 기울이고 새침하게 발라드 곡을 부르는 모습이 여간 잔망스러운 게 아니다. 당시 ‘꽃미남 록스타’로 통했던 게리 셰론과 밴드의 기타리스트 누노 베턴커트와 달리 텁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노래해 낭만은 바로 휘발되는 게 함정이다.

블랙이 패러디 한 ‘모어 댄 워즈’ 뮤직비디오는 방송 후 유튜브에 공개돼 현재까지 약 1,2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영상을 익스트림 멤버들은 어떻게 봤을까.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9월 내한 공연을 앞둔 익스트림의 게리 셰론은 최근 이메일 인터뷰에서 “잭은 정말 재능이 뛰어 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는 말을 거듭하며 “눈을 감고 들어보면 잭이 얼마나 훌륭한 가수인지 그리고 얼마나 완벽한 화음을 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란 농담을 보탰다. 블랙은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지미 펄론과 듀엣으로 패러디 영상을 찍었다. 블랙은 밴드 테네이셔스 디에서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미국 록밴드 익스트림.
미국 록밴드 익스트림.

익스트림은 9월 25일 부산 센텀시티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에서, 27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 라이브홀에서 각각 공연을 열고 한국 팬들과 만난다. 2014년 한국을 찾은 뒤 2년 만의 내한 무대다. 한국 공연을 앞둔 셰론은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 팬들은 우리의 모든 노래를 다 알고 따라 불렀죠. 우리가 노래하는 소리가 잠길 정도로요. 말도 안되게 멋졌죠.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인 익스트림 팬은 한국 팬과 남미 팬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한층 더 열정이 넘치는 한국 팬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989년 앨범 ‘익스트림’으로 데뷔한 익스트림은 이듬해인 1990년 낸 2집 ‘포르노그래피티’를 낸 후 세계적인 밴드로 거듭났다. 앨범 수록 곡인 ‘모어 댄 워즈’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한 데 이어 ‘홀 허티드’ ‘데카당스 댄스’ ‘겟 더 펑크 아웃’ 등 하드록 기반의 곡들이 다양하게 큰 사랑을 받아 앨범은 1,000만장 넘게 팔렸다. 꽃길을 걷던 익스트림에 위기가 닥친 때는 1996년이다. 보컬인 셰론이 팀을 떠나면서 익스트림은 해체했다. 이후 멤버들은 각자 활동을 하다 셰론과 누노를 주축으로 2008년 밴드를 재결성했고,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결합 이후 밴드의 변화에 대해 셰론은 “우리 모두 더욱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했고 그러한 삶의 경험을 창작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익스트림은 현재 새 음반 작업에 한창이다.

미국 록밴드 익스트림의 공연 모습. 익스트림 홈페이지
미국 록밴드 익스트림의 공연 모습. 익스트림 홈페이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익스트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곡은 역시 ‘모어 댄 워즈’다. 워낙 인기가 많아 셀 수 없이 많이 연주했지만, 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1992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이다. 글램록의 창시자인 데이비드 보위(1947~2016)를 비롯해 전설적인 록밴드 레드제플린의 보컬 로버트 플랜트 등과 함께 한 공연 무대였기 때문이다.

하드록 밴드인 익스트림이 ‘모어 댄 워즈’의 인기로 인해 밴드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을까.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이 ‘모어 댄 워즈’의 첫 번째 음을 듣고 그게 익스트림의 곡이라는 걸 바로 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죠. 관객들이 공연에서 우리 노래를 이어받아 거꾸로 우리에게 노래를 들려줄 때마다 우린 겸허한 마음을 갖게 돼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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