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대표 최초로 히잡을 쓴 검객이 화제다. 이브티하즈 무하마드(31)가 주인공이다.
무하마드가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파크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사브르 개인전 32강전에 등장하자 관중석은 ‘USA’를 연호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
우크라이나의 올레나 크라바츠카를 상대로 15대13의 승리를 거둔 무하마드가 환호하며 마스크를 벗자 이마부터 목까지 감싼 검은 천이 드러났다. 무하마드의 정체성이자 상징인 히잡이었다. 관중석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미국 뉴저지의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난 무하마드는 어릴 때부터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다. 여러 종목을 두고 고민했지만 그 중에서도 온 몸을 가릴 수 있는 펜싱이 좋겠다는 어머니의 권유로 손에 검을 쥐었다. 그리고 이브티하즈는 스포츠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역대 전종목 미국 국가대표 중 처음으로 히잡을 쓴 선수가 됐다.
무하마드는 생애 첫 올림픽 경기 전부터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는 무하마드를 미국의 아이콘으로 꼽으며 “무하마드는 미국 선수단에 다양성을 더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이슬람 사회를 대변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타임지는 지난 4월 무하마드를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 중 한 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16강전에서 세실리아 베르더(프랑스)에게 12대15로 패해 전진을 멈춘 무하마드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무슬림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스포츠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고 믿는다”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을 대표해 이렇게 올림픽 무대에 서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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