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이상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들의 올 2분기(4∼6월) 수익률이 1분기 때보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의 90%에 해당하는 원리금 보장형의 주요 운용처인 정기예금과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수익률이 낮아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9일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상품을 1조원 이상 운용하는 금융사는 14곳이다. 이 가운데 은행은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KEB하나ㆍ농협ㆍ산업ㆍ기업 등 7곳이 1조원 이상을 운용한다. 2분기 말을 기준으로 이들 7개 은행의 적립금은 33조9,077억원이며 수익률 평균은 연 1.6% 수준이다. 이는 전 분기인 1분기 평균(1.73%)보다 0.13%포인트, 작년 말(1.82%)보다는 0.2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전 분기 대비 하락률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이 2분기에 0.1%포인트 떨어졌고, KEB하나ㆍ산업ㆍ기업은행은 같은 기간 각각 0.14%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권에서 1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곳은 삼성생명ㆍ교보생명ㆍ한화생명ㆍ미래에셋생명ㆍ삼성화재ㆍKB손해보험ㆍ롯데손해보험 등 7곳으로, 이들 역시 수익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삼성화재(1.94%)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6곳은 2%대 수익률을 지켜냈지만, 2분기에는 4곳의 수익률이 1%대까지 떨어졌다.
삼성화재는 1분기 1.94%에서 2분기 1.84%로 내려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교보생명(2.00%→1.89%), 삼성생명(2.02%→1.98%), 한화생명(2.09%→1.99%) 등도 1%대 수익률로 주저앉았다. 2%대 수익률을 지킨 보험사들도 롯데손보(2.42%→2.29%)가 0.13%포인트의 수익률 하락을 경험했고 미래에셋생명(2.37%→2.29%)과 KB손보(2.33%→2.19%)가 각각 0.08%포인트, 0.14%포인트로 작지 않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서도 금융사들의 고전은 이어졌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DC는 회사의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되고 근로자가 금융기관을 선택해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조원 이상을 운영하는 6개 은행의 2분기 수익률은 연 2.04%로 1분기 수익률(2.19%)보다 0.15%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사 가운데 유일하게 DC형에서 1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삼성생명의 2분기 수익률은 2.17%로, 1분기 2.28%에서 0.11%포인트 떨어졌다. 이직이나 퇴직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을 입금할 수 있는 개인 계좌인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운용하는 KB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평균 수익률도 1분기 1.56%에서 2분기 1.46%로 0.1%포인트 떨어졌다.
전체 퇴직연금 규모의 약 10%를 차지하는 원리금 비보장 상품들에 대한 투자도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 대한 은행권의 2분기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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