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제도 도입만으로는 한계
진영 넘어선 합의ㆍ타협 주목
조선업ㆍ방폐물 등 현안 관심도
참여정부 네덜란드 모델 부각
MB정부는 두바이 벤치마킹
일각에선 “한철 이미지 장사”
“독일에서, 스웨덴으로.”
20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 의원들이 스웨덴을 꾸준히 찾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불었던 ‘독일 배우기’ 열풍의 바통을 스웨덴이 이어받는 모습이다. 새롭게 당면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는 ‘롤 모델 국가’가 바뀌는 것이 일면 불가피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으로 승화시키지 못하고, 한철 이미지 장사로 우려 먹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스웨덴 방문의 첫 테이프를 끊은 곳은 한국형 복지국가 구상을 고민하는 초당적 국회의원 연구모임 ‘따뜻한 미래를 위한 정치기획’이다. 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우리 사회가 지난 대선 이후 복지 정책 확대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놓고도,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복지국가로 나아가지 못하는 데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달 21일 스웨덴 행 비행기에 올랐다.
스웨덴 방문에 동행했던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8일 “19대 국회에서 여야 공히 독일에 열광했던 이유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던 제조업 중심의 독일식 성장과 안정적인 복지 제도를 배우기 위해서였지만, 딱 거기까지였다”며 “박근혜정부도 복지 정책 확대를 공언했지만, 스웨덴처럼 정치 토양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제도의 현실화는 요원하다는 점을 깨닫고 스웨덴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19대 국회가 독일식 복지 제도 도입에만 집중했다면, 20대 국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스웨덴식 ‘복지 정치’에 주목했다는 얘기다. 이철희 더민주 의원은 스웨덴식 ‘복지 정치’를 “진영을 넘어선 합의와 타협 정치”라고 요약했다. 이 의원은 “복지에 대한 찬반 구도를 넘어, 어떤 게 좋은 방향인지 우열 구도로 짜여 보수와 진보 세력 사이에서 합의점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19대 국회에서의 독일 배우기 열풍이 경제민주화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국가 개조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반적 제도를 망라했던 데 비해 20대 국회에선 시의성 있는 구체적 현안 대응으로 특화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 3명은 오는 14일 스웨덴을 찾아 조선산업 구조조정 대책 과정을 살피고,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여야 간사단은 방사성 폐기물의 안정성 문제를 점검해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가령 참여정부에선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골자로 한 네덜란드 모델이, 이명박정부에선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한 두바이 모델 등 국가 벤치마킹이 반복됐지만, 정작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지 않아 정책 홍보 수단이나 이미지 정치로 전락했다는 점에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서유럽의 한 국가에서 한국 정치인들은 세월이 흘러도 왜 똑같은 질문만 하러 오냐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며 “스웨덴도 이미 한 번씩 공부 열풍이 불고 갔던 나라로, 이제는 우리에게 맞는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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