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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 반란… 재건축ㆍ재개발 수주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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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 반란… 재건축ㆍ재개발 수주전 지각변동

입력
2016.08.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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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건설, 상반기 수주 2위

신규 공공택지 개발 중단 이후

브랜드 경쟁력 높아진 중견사

수도권ㆍ대형 재정비 사업서 약진

대형사는 지방 공략으로 맞불

지난달 호반건설은 서울 성북구 보문 5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6호선 보문역 앞에 있는 초역세권 단지(200여가구 규모)로, 지방사업에 집중했던 중견 건설사의 첫 서울 재정비사업 진출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실제 수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대형 건설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같은 달 대구 복현시영 재건축 사업(594가구)을 따냈다. 채산성을 중시하는 대형사가 1,000가구 미만에다, 10여년동안 법적 분쟁 등으로 표류해온 지방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한 것은 이례적이다.

안정적인 분양이 가능한 재건축, 재개발 등 주택 재정비사업을 놓고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가 뒤엉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 등 수도권지역이나 대형 재정비 사업 부지는 유명 브랜드를 소유한 대형사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 중견사들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대형사들도 중견사들의 몫이었던 지역 소규모 물량에 손을 대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택 재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시공순위 28위인 서희건설은 지역 주택조합 사업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힌 저력을 바탕으로 상반기에만 1조원 넘는 수주고(1조973억원)를 올렸다. 대림산업(1조5,954억원)에 이은 2위 기록이다. 상반기 1조원 넘는 수주고를 올린 곳도 포스코건설(1조358억원)을 포함해 3곳 뿐이다. SK건설(8,387억원), 대우건설(8,066억원), GS건설(5,558억원), 현대산업개발(2,108억원) 등의 수주액은 서희건설에 한참 못 미쳤다.

시공순위 19위인 태영건설도 경북 포항 장성동 주택 재개발 등 상반기에만 4,200억원 가량의 물량을 확보했고, 동문건설과 우미건설도 1,000억원 안팎의 재건축 사업을 따냈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다양한 건설사들과 경쟁을 벌이다 보니 기대만큼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지금 시점에서는 조합분양으로 미분양 우려가 적은 재정비 사업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에서 중견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신규 공공택지개발이 중단돼 사업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영향이 크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비로 안정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공공택지사업에 주력해왔다”며 “주택공급 초과 우려로 공공택지 지정이 중단되다 보니, 사업할 부지가 턱없이 부족해 재정비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견사들의 경쟁력 향상도 이런 재정비 사업 수주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최근 2, 3년간 이어진 분양 호조세로 ‘베르디움’(호반건설), ‘서희스타힐스’(서희건설), ‘데시앙’(태영건설), ‘대방노블랜드’(대방산업) 등 중견사의 브랜드 선호도는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설계, 시공 등에서 중견과 대형사간 기술력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며 “오히려 중견사들은 경쟁력 있는 분양가까지 제시하고 있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분양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역 소규모 개발에까지 손을 대는 양상이다. 올 상반기에 포항 장성동 주택재개발(포스코건설ㆍ997억원), 경남 창원대원3구역 재건축(현대건설ㆍ3,075억원), 부산 반여동 1-2구역 재개발(SK건설ㆍ1,274억원) 등의 지방 재정비사업을 따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수주 환경이 투명해지고 있고, 재정비 물량도 꾸준한 편이라 건설사간에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는 수주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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