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중국과 갈등 책임 정치권에 돌려”
朴 대통령 비판에 반발하며 공동전선 대응
“의원 방중 등 과도하게 부각시켜
비판 목소리 누르고 보수 결집”
사드 난국 타개에 정략적 활용 의심
김종인까지 “靑 정치적 의도” 언급
야당, 공수처ㆍ추경ㆍ세월호특조위 등
여당ㆍ정부 압박 이슈 묻힐까 고민
박근혜 대통령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한 달을 맞은 8일 ‘야권이 중국과 북한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취지로 작심 비판하면서, 사드 갈등이 정치권의 진영 논리로 번지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갈등의 원인을 정치권에 돌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공동전선을 형성해 대응에 나섰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진의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더민주 초선의원 6명의 중국 방문을 과도하게 부각시켜, 배치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 불식과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위해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ㆍ여당이 일방적인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국론분열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매국 행위’, ‘북한 동조 행위’ 등 원색적 표현으로 진영 대결을 부추겨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당 인사들과의 비공개 환담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 (청와대의 비판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하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표도 트위터에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더라도 정부는 최선을 다해 중국을 설득하고 관계 악화를 막아야 한다”며 “도리어 노력하는 야당 초선의원들을 비난부터 하니 참 한심한 정부”라고 지적했다.
기동민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해 야당 의원들의 활동을 중국에 동조한다든지, 북한과 맥락을 같이 하는 주장이라고 매도하는 게 타당하냐”며 “대통령이 진력해야 할 것은 사드 배치로 분열된 국론을 통일하기 위해 국민과 소통ㆍ대화하고, 대중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책임을 정치권에 돌려선 안 된다”며 “대통령은 중국 정부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박 대통령과 청와대야말로 내부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원인 제공자”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반발의 강도가 높을수록 사드가 자신들이 주도해 온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간 야권은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구도를 앞세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법안 제정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 해운ㆍ조선업계 구조조정 청문회와 누리과정 예산의 추가경정예산안 반영,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한 연장 등을 요구하며 정부ㆍ여당을 압박해 왔다.
특히 사드 배치 발표 초반까지 전략적 모호성을 앞세워 논란에서 한발 비껴 있던 더민주의 고민은 더욱 깊다. 초선들의 방중이 청와대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했고, 차기 당 대표 후보들의 선명성 경쟁으로 어느새 사드 논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당내 전략통인 이철희 의원은 “청와대의 공세는 그간 더민주가 찬반 논쟁에 끼어들지 않고 전략적 균형성을 유지하려 했던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새 지도부는 청와대와 여권의 의도대로 진영 논리에 함몰되기 보다 우리 당이 제기했던 어젠다를 살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중국에 간 의원들도 국익을 위해 간 것이기 때문에 안보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갖고 발언과 행동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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